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최소한 인적 쇄신이 끝날 때까지 비대위원장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과 대립 중인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인적 쇄신에 데드라인은 없다”고 못박았다. 지난 6일 친박계의 방해로 상임전국위원회가 무산된 직후부터 제기된 사퇴설을 일축하고, ‘친박 청산’ 등 당 개혁을 위한 장기전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반면 서청원 의원 등 친박계는 이날 법적 대응 방침과 함께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본격적인 세력 대결을 예고했다. ‘핵심 친박’과 ‘인명진 비대위’의 충돌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의원 3분의 2가 인적 쇄신 동의” 친박계 압박
인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초선의원들과 중진의원, 전직 당 대표 등 소속 의원 3분의 2 이상, 99명 중 68명이 책임을 지겠다고 공식·비공식적으로 저와 당에 말씀해주셨다”고 그간의 인적 쇄신 성과를 밝히며, “상당한 진통이 있었고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찬란한 아침이 오기 전 잠시의 어둠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잘못을 뉘우치고 새롭게 하는 것에 데드라인이 어디 있느냐. 인적 쇄신 운동에 불참하신 분들은 하루속히 동참하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친박계 핵심들을 겨냥했다. 김종석·유민봉·강효상 의원 등 새누리당 초선 비례대표 의원 12명도 이날 “인 비대위원장의 인적 쇄신을 적극 지지한다”고 성명을 발표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지난주 무산된 상임전국위도 9일 오후 2시에 다시 소집된다. 인 위원장은 “(또) 무산되면 이틀 후에 다시 소집하고, 무산되면 또 이틀 뒤에 소집하고, 열번은 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친박계의 조직적 방해를 여론전으로 돌파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 “정책·조직 쇄신” 등 차별화 전략…거취는 나중에
인 위원장은 친박 청산 외에 정책·조직 쇄신 등을 통한 차별화 전략을 펴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그는 “그동안 우리 당은 국민과 너무 동떨어진 정책, 실생활에 와 닿지 않는 정책들로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면서 “우리 당이 지켜야 할 범위 내에서 더 과감하고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의 조직이나 국회 관행을 고치는 데 앞장서겠다. 당이 세금을 쓰는데도 국정감사를 받지 않는다.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회계감사라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대위 구성도 학부형과 청년학생, 농민, 비정규직 등 국민 중심으로 꾸릴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은 이번 주를 ‘반성과 다짐, 그리고 화합의 주간’으로 정하고, 오는 11일 원외 당협위원장, 사무처 당직자, 당 소속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결국 옳은 일도 패권주의 앞에서는 굴복하는구나’라고 실망하실 국민들이 저의 결심을 망설이게 한다”면서 “국민의 뜻에 따른 ‘절제된 인적 쇄신’을 이뤄보고, 그런데도 쇄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때는 거취를 다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 친박, 법적대응·의총 등 ‘결사항전’ 예고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이날 인 위원장의 기자회견 뒤 의견문을 내어 “인민재판식 여론몰이를 활용하려는 꼼수”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신당을 만들어 ‘이력세탁’을 하려는 분들이 새누리당의 정통성을 훔치려 기회를 보고 있다. 악의적인 기업사냥과 다르지 않고, 그 의도에 앞장서는 사람이 바로 인명진 위원장”이라고 공격했다.
서 의원은 이와 함께 인 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 등을 ‘탈당 강요’ 등 정당법 위반과 ‘위계와 강압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이르면 9일 법원에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기로 했다. 서 의원은 또 정우택 원내대표를 향해 “많은 의원이 요구했던 의원총회를 조속한 시일 내에 소집하라”, “자발적 위임장을 제출한 현역 의원들의 성명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본격적인 세 대결이 벌어지더라도 여전히 상당수 의원과 당 기간조직이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석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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