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소녀상 관련 한-일 갈등에 무효화·재협상 주장 겨냥 발언
민주당·국민의당 한목소리 비판
문재인쪽 “피해자 가슴에 못박아”
안철수 “총리 태도 아주 부적절”
천정배 “외교참사 석고대죄 할 일”
민주당·국민의당 한목소리 비판
문재인쪽 “피해자 가슴에 못박아”
안철수 “총리 태도 아주 부적절”
천정배 “외교참사 석고대죄 할 일”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설치 이후 격화하고 있는 한국-일본 갈등과 관련해 황교안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10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상황 악화를 가져올 수 있는 언행은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의 발언은, 부산 소녀상 설치에 항의해 일본 정부가 취한 보복·대응 조처 이후 한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로는 첫 실명 견해 표명이다. ‘주어 없는’ 이날 발언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부산 소녀상 설치 이후 한국 정부를 향해 “보이스피싱”(아베 신조 총리 측근) 등 격한 발언을 쏟아낸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한편, “예비비라도 편성할 테니 10억엔을 돌려주자”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야권의 12·28 합의 무효화·재협상 주장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에선 황 권한대행의 이날 발언을 12·28 합의를 비판하는 이들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메시지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황 총리가 ‘위안부 재협상은 없다’고 선언했다”고 평가하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대한민국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고연호 국민의당 대변인도 “무능하고 무책임한 외교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하기는커녕 국민들에게 입 다물라고 하는 것이 황 총리의 유일한 한일관계 대책이냐”고 꼬집었다.
아무리 황 권한대행이 ‘언행 자제’를 요청했다고 하더라도, 여야를 통틀어 대부분의 대선 주자들은 12·28합의에 대해 재협상을 하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차기 정부에선 새로운 해법을 찾는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공식적 의견을 밝히지 않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제외하곤, 문재인·이재명·안철수·유승민 등 여야의 주요 대선주자 10명은 최근 <한겨레> 설문조사에서 모두 재협상·폐기 뜻을 밝혔다. “일본이 해야 할 일은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것이며 이를 분명히 하는 새로운 협상이 필요하다”(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해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고, 국가간 합의로서 최소 형식과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공동의 입장 정도를 밝힌 정도에 불과하다”(이재명 성남시장), “일본의 사과 자체가 명쾌하지 않고 미흡했다”(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의 이유에서다.
이들은 재협상 거론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정부의 논리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나섰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변인격인 김경수 의원은 “일본과 실제 어떤 합의를 했는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재갈을 물리겠다는 태도로 나오는 것은 위안부 피해자들 가슴에 다시 못을 박는 것이다”라면서 “반성해야 할 정부가 거꾸로 국민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적극적으로 협조를 구해야지 그냥 앉아서 언론을 통해서 (황 총리가) 그런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주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위안부 합의는 매우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지금 황 권한대행이 사과해도 시원찮을 판이다. 차라리 안한 것만 못한 합의이기 때문에 합의가 없던 상태로 돌아가더라도 바로잡는 게 옳지 않느냐”고 말했다.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도 “굴욕적인 위안부 합의로 외교 참사를 저지른 이들이 석고대죄는커녕 적반하장이다. 황 총리가 상대할 대상은 국민이 아닌 아베다”라고 밝혔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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