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쪽 대선 정계개편 플랜-
바른정당·국민의당 등 세력 규합
김종인·이재오에도 문 열어놔
‘보수후보’로 나서지는 않을 듯
설연휴 전 본격접촉 나설 가능성
바른정당·국민의당 등 세력 규합
김종인·이재오에도 문 열어놔
‘보수후보’로 나서지는 않을 듯
설연휴 전 본격접촉 나설 가능성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하면서, 조기 대선을 겨냥한 정치권의 합종연횡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 전 총장이 지지율 20% 이상의 유일한 보수진영 후보라는 점에서, 그의 정계개편 구상에 온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핵심 메시지로 “정치교체”를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대선 플랜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반 전 총장 참모들이 하는 얘기를 종합하면 큰 틀의 구상을 짐작할 수 있다. 특정 정당을 선택하는 대신 자신을 중심으로 한 ‘빅텐트’를 만드는 게 그것이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그리고 제3지대에 머무는 여러 세력을 ‘개헌’과 ‘중도’로 묶어 세우는 전략이다.
반 전 총장 캠프의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 라디오에 나와 “주요 정파나 지도자들과 생각을 교환하며 자연스럽게 연대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그 대상은) 더불어민주당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있고, 손학규 전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국민주권 회의체, 민주당 내에 김종인 전 대표 같은 분”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새누리당을 전부 배제한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말도 덧붙이며, 핵심 친박계를 제외한 새누리당 일부와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제3지대’에 머무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나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 등도 연대 대상으로 꼽힌다. 이 전 의원은 이어 “독자 창당은 쉽지 않은 문제들이 꽤 많다. 다만 ‘내가 이미 깃발을 꽂았으니 나를 중심으로 뭉치라’는 방식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세력을 규합하는 과정에서 반 전 총장이 내세우는 가치는 통합·포용·민생 등이 될 전망이지만, 결국 이념적으로는 빅텐트를 떠받칠 수 있는 ‘중도’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의 핵심 참모로 꼽히는 오준 전 유엔대사는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에서 “(반 전 총장의 성향이) 외교·안보는 보수고 경제·사회는 중도라는 표현에 일리가 있다”며 “유엔이 다루는 경제·사회 이슈들은 국내정치적인 관점에서 볼 때 중도쯤 된다.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본다면 보수는 아닐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이 “정권을 잡는다면 그것은 정권교체이자 정치교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번 대선을 ‘보수 후보’로 치르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 쪽은 민생 행보를 이어간 뒤 설 연휴 이후에나 정치권과 본격 접촉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상일 전 의원은 “본인이 생각하는 미래 비전과 구상, 철학 등을 일종의 공약으로 제시하는 게 먼저이고, 정치적 연대는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구상의 변수는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다. 지지율이 지금보다 반등하면 ‘빅텐트’의 구심점으로서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되지만, 지지율이 답보하거나 하락한다면 다른 정치세력들 역시 각자의 길을 모색하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 정치 3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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