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가운데)이 15일 오후 경기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에 전시된 천안함을 둘러보고 있다. 평택/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15일 경기도 평택시 해군 제2함대를 방문해 천안함기념관 등을 둘러보며 “안보에 관한 한 국민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정부를 지지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귀국 뒤 현충원 참배·고향 방문 등 기본적인 행사를 마친 반 전 총장이 첫 지방 일정으로 ‘천안함’을 선택한 것인데, 일단 ‘안보 우선’의 안정된 이미지를 확실히 한 뒤 본격적인 외연 확장에 나서겠다는 캠프 차원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천안함기념관을 대외 일정의 첫 출발지로 삼은 이유와 관련해서도 “안보에는 ‘두 번 다시’가 없다. 천안함 피격사건 같은 것이 나지 않으려면 늘 안보태세를 공고히 하고 국민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반 전 총장은 이날 북핵 문제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등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현안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왔던 대북정책을 강한 톤으로 옹호했다. 그는 “사드는 북핵 개발과 탄도미사일 기술 축적에 대한 순수한 방어용 무기”라며 “한반도 현실이 준전시 같은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조처를 한 것은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박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통해 북한 문제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했던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서도 “(지금도) 정부가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비핵화 없인 대화도 없다’는 현 정부의 대북 기조를 옹호하고 나서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그의 북핵 해법이 이전보다 더 강경보수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방한 때 관훈클럽 간담회에서는 “남북간 대화채널을 유지해온 것은 제가 유일하다. 대북압박을 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인도적 문제를 통해 물꼬를 터가며 대화하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남북 대화 노력’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엔 반 전 총장이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각을 세웠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등을 만난 자리에선 “박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따른 일련의 대응과 대비를 잘하고 있다”며 이전의 ‘대화 병행론’에서 다소 후퇴한 입장을 내놨다.
반 전 총장의 이런 ‘안보 보수’ 행보는 지금껏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나 외교·안보 분야에서 점수를 잃은 게 아니라는 정치적 셈법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의 국정평가 중 그나마 이 분야의 점수가 후한 편이었다.
하지만 반 총장은 향후 북핵 문제나 중국의 사드 배치 반발 등을 해결할 구체적 방법과 관련한 질문에는 외교관 출신 특유의 추상적이고 모호한 답변으로 피해갔다. 그는 “그런 문제는 외교적으로 잘 해결해나갈 수 있다”, “한·중 관계는 안보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발전하고 있어서 보다 다면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잘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중·러·일 등 주변 관계국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고, 그런 면에서 제가 외교부 장관으로 근무했고 유엔 사무총장을 했기 때문에 제가 잘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며 자신의 장점을 부각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석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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