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종로서적에서 1일 점원으로 일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출마 뜻을 밝힌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지하에 있는 ‘종로서적’에서 일일 판매사원 체험을 했다. 서점은 정치인들이 일반적으로 가는 복지시설이나, 극한직업 체험처럼 단번에 눈길을 끄는 곳은 아니다. 그는 왜 대선행보 첫걸음으로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서점을 택했을까.
일요일(15일) 오후, 종로서적의 대형 매장에는 사람들이 붐볐다. 하지만 막상 책을 직접 구입하는 사람은 그에 비해 많지는 않았다. 유승민 의원이 카운터에서 30분간 책 계산을 하는 동안 17명이 책을 구입했다. 유 의원은 이후 직원과 함께 서점 곳곳을 둘러보면서 책 트렌드, 소비 성향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종로서적은 1907년 종로2가에 문을 연 유서 깊은 대형서점이었다. 인터넷서점 등장으로 경영이 악화돼 2002년 문을 닫았다가 지난해 12월, 14년 만에 이곳에 다시 오픈했다.
유 의원은 “젊은 시절 나한테 종로서적은 이정표 같은 곳이었다. 종로에 오면 책 살 일이 있든 없든 꼭 종로서적에 들렀다. 하숙집에서 버스타고 시내에 오면 종로서적에서 제일 오래 머무르고 사람도 만났던 곳”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지난해 12월 종로서적을 오픈한다고 해서 굉장히 반가웠다. 꼭 한 번 와보고 싶었고, 내가 한 시간이라도 앞치마 두르고 일하는 게 서점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싶어 연락했는데 대표님이 흔쾌히 허락해주셨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최근 부도가 난 송인서적을 언급하며 “그 문제를 도와드릴 방법이 없나 알아봤더니,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할 수 있는 부분, 출판업계의 자구노력 등이 있더라. 국회도 할 일이 있는지 찾아 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요즘 동네 서점들도 다 망하고, 출판업계가 힘든데 이럴 때 용기를 내서 (임대료) 비싼 데 서점을 연 것 자체가 걱정스러운데, 서점이 잘 되면 좋겠다”면서 “책이란 게 디지털 시대고 종이책 만져보고 직접 보는 건 다르다. 그런 아날로그는 계속 간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심판 중 클라우드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을 읽고 있다는 데 대해, 유 의원은 “저는 그렇게 감동을 못 받았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얘기해야 하는데, 슈밥 교수가 강의한 것을 모아 (깊이 없이) 빠르게 쓴 책 같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쓴 <축적의 시간>을 언급하며 “그 책 자체가 훌륭한 책은 아닌데 쓴 분들을 만나니 들을 얘기가 더 많더라”고 말했다. 책도 좋지만 사람을 만나 얘기듣는 게 더 도움된다는 얘기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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