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6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대통령 유승민’을 연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26일 “따뜻한 공동체와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며 19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사회경제적 개혁 노선’과 ‘안보 보수’를 강조하며 자신을 ‘개혁보수’의 대표 주자로 각인시키는 데 주력했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회견을 열어 “오늘 국민의 분노와 좌절,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시민 목소리를 가슴에 담고, 대선에 출마한다”면서 “양극화·불평등·불공정에서 벗어나, 온 국민이 인간 존엄과 가치를 지키며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출정식 장소로 헌정기념관을 택한 것은 그가 평소 강조해온 ‘정의로운 민주공화국’에 대한 의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학 박사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그는 “대선 후보 중 유일한 경제전문가”로 자신을 내세우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대수술을 하는 의사가 되겠다”고 했다. 유 의원은 “케이디아이 때 재벌정책을 전공했다. 그때부터 일관되게 재벌개혁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재벌의 불공정한 관행을 바로잡아, 혁신 창업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시장경제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벌개혁 구상을 언급하며 “그분이 청와대 비서실장·민정수석으로 있던 노무현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재벌 사면을 더 많이 했는데 이제 와서 재벌개혁을 한다는 건 앞뒤가 안 맞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중부담·중복지를 목표로 복지제도 전반을 개혁하겠다”면서 열악한 중소기업의 4대 보험료를 국가가 부담해 근로자 임금이 올라가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경우 국가가 고용보험 재정으로 육아휴직급여 일부를 지원하고, 고용보험에 가입 못한 열악한 사업장은 국가가 급여를 일부 지원하는 ‘부모보험’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육아휴직을 현행 1년에서 최장 3년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한 그는 기업의 ‘칼퇴근’ 문화를 정착시켜 육아에 부담 없는 노동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또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를 폐지해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한편, 국정농단 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을 개혁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재벌총수는 사면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사회경제 분야에서 과감한 개혁을 부르짖은 것과 달리, 안보 문제에 대해선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그는 사드 배치, 킬체인(선제 타격 체제)을 포함해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강한 억지력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 의원은 전날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남경필 경기지사와 본격적인 당내 경선에 돌입하게 된다. 유 의원은 현재 지지율이 1~2%대에 머무르고 있지만, 토론 등 철저한 검증을 거치면 지지율이 요동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유 의원은 여권의 강력한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 뒤 행보에 대해 “그분이 사회의 부조리한 문제들에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지, 어떤 정책과 개혁방안이 있는지 국민들에게 좀 더 밝혀줘야 하는데 아직 그 부분이 (부족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자인 남 지사가 전날 자신을 향해 “중앙정치만 경험한 분”이라고 한 데 대해 “저는 40년 가까이 경제만 공부한 사람이다. 남 지사가 모르는 것도 제가 조금은 안다”고 응수했다. 이날 출마회견장에는 유 의원을 정계로 이끈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참석해 지지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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