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반기문 시간만 보내
진보-보수 통합텐트 난망
국민의당, 손학규·정운찬과
‘스몰 경선텐트’로 돌아서고
새누리 “보수 재결집도 힘들어져”
김종인은 “스몰텐트도 쉽지 않아”
문재인 쪽 “텐트 세운들…” 여유
진보-보수 통합텐트 난망
국민의당, 손학규·정운찬과
‘스몰 경선텐트’로 돌아서고
새누리 “보수 재결집도 힘들어져”
김종인은 “스몰텐트도 쉽지 않아”
문재인 쪽 “텐트 세운들…” 여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입국으로 본격화된 정치권의 ‘빅텐트’ 논의가 서서히 밑천을 드러내고 있다. 애초 제3지대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던 반 전 총장의 파괴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데다, 국민의당 역시 ‘정체성’을 문제 삼아 반 전 총장과의 연대에 선을 그은 상황이다. 친문재인·친박근혜 세력을 제외한 제3지대를 아우른다는 구상인 ‘빅텐트’ 논의는 각 진영 내의 ‘스몰텐트’ 논의로 재편되고 있다.
■ 아직도 안갯속 반기문 정치권에서는 정계개편 논의가 급격히 힘을 잃게 된 이유로 반기문 전 총장의 정치력 부재를 지목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박지원·김종인·손학규·김무성 등 제3지대의 핵심 인사들을 두루 만났지만, 귀국 20일이 다 되도록 ‘대선 전 분권형 개헌’ 외엔 앞으로 누구와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뚜렷한 윤곽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31일 오후 기자회견에서도 “입당, 창당 여부에 대해서는 빨리 결단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치권에선 반 전 총장이 제3지대 세력을 자신의 깃발 아래 끌어모을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반문연대 후보’와 ‘범여권 후보’ 사이를 저울질하며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권을 끌어모으고 싶지만 여권의 고정 지지층을 버릴 수는 없고, 정체성이 맞는 범여권 후보로 나서기엔 새누리당의 친박 이미지를 부담스러워하며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반 전 총장을 향해 “여기저기 텐트 치러 다니시는 것 같은데, 땅이 얼어 말뚝을 박는 게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본다. 텐트가 작으면 우리는 90여석이라 몸집이 커서 못 들어간다”고 비꼰 것도 반 전 총장의 애매한 행보를 겨냥한 것이다.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니 지지율이 떨어지고, 지지율이 나오지 않으니 ‘빅텐트’를 끌고 갈 동력이 생기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반 전 총장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는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반 전 총장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고 있어 답답하다”며 “그가 할 수 있는 건 ‘빅텐트’가 아니고 ‘보수 재결집’이다. 시간을 낭비해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보수 재결집’도 힘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도 “정계개편을 주도하려면 지지율이 높거나 정치력이 있어야 하는데, 반 전 총장은 둘 다 없다. 반 전 총장이 주도하는 빅텐트는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짚었다.
■ 김종인 “스몰텐트도 쉽지 않아” 빅텐트의 ‘키 플레이어’로 지목받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역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여야를 넘나드는 빅텐트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지금 그걸 꾸릴 만한 초인적인 정치인이 있겠나. 지금 분위기로는 국민의당이 시도하는 ‘스몰텐트’조차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유통되는 이합집산론은 처지가 궁한 정치인들이 상황 타개를 위해 구상하는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초선 의원도 “최근 만났을 때 김 전 대표로부터 뭔가를 결심할 때가 가까워졌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게 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게 탈당이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당의 특정 주자를 돕는다거나, 개헌과 관련한 모종의 제안을 하겠다는 정도가 아니겠느냐”고 이 의원은 전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빅텐트가 세워지려면 중심을 떠받칠 큰 기둥이 있어야 하는데, 반기문 전 총장이나 안철수 전 대표의 지금 지지율로는 어렵다. 총선까지 3년도 더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40%선을 오르내리는데, 나가서 풍찬노숙할 현역 의원들이 누가 있겠느냐”고 했다.
문재인 전 대표 쪽은 여유를 찾아가는 분위기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수도권 3선 의원은 “다 합쳐봐야 지지율 30%도 안 되는 사람들끼리 텐트를 세운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 거기에 비하면 민주당은 ‘국민가옥’이다.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 국민의당 “안·손·정 경선” 애초 반 전 총장에게 ‘기대’를 걸었던 국민의당은 반 전 총장을 제외하고 ‘자체 텐트’를 치겠다는 구상으로 선회했다. 당내 유력 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이 7%대의 답보 상태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일단 정체성이 비슷한 이들을 모아 ‘강한 경선’을 치르고 이를 통해 존재감을 살리겠다는 전략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31일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안철수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빅텐트를 가지고 경쟁한다고 하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출발도 다르고 텐트의 종류도 다르다”고 말했다. ‘반반 행보’를 걷고 있는 반 전 총장과는 선을 긋고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정체성이 비슷한 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손학규 의장 등과 통합 및 연대를 할 경우 당명을 바꿀 수 있다는 뜻까지 내비쳤고, 정운찬 전 총리가 국민의당에 사실상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도입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선, “공정한 필드를 제공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다.
최혜정 석진환 이세영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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