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1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어묵을 먹으며 상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1일 여권의 텃밭인 대구 방문 도중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 소식을 들었다. 반 전 총장이 설 연휴 뒤 출마를 포기할 가능성이 많다고 언급한 바 있는 그는 이번 대선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자신의 ‘양자구도’가 될 것임을 거듭 강조하며 “이길 자신이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보수 표심을 의식한 듯, 안 전 대표는 대구시의회에서 연 간담회에서 문 전 대표를 공격하는 데 발언의 상당량을 할애했다. 그는 문 전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억지로 대세론으로 만들려는 초조함이 묻어난다”며 “문재인보다 젊고, 개혁적이고, 정직하고, 신세진 것 없어 깨끗하고, 돌파력이 있고, 책임져왔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정권교체 성격이 분명한 사람만이 문 전 대표를 이길 수 있는데 제가 그 적임자”라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보수층에 뚜렷한 대선후보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구를 비롯한 영남은 문 전 대표에 비해 가능성과 기회를 가진 지역이라고 안 전 대표 쪽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반 전 총장을 바라보던 중도·보수 표심이 안 전 대표 쪽으로 흡수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서문시장을 방문해 좌판에서 국수를 기다리는 손님 옆에 앉아 어묵을 먹으며 “저희 집안 뿌리가 영주입니다. 그래서 매년 자주 오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반응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안 전 대표와 대화를 나눈 백아무개(77)씨는 “안철수는 깨끗하지 않냐. 크게 나쁜 것 같진 않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상인들은 안 전 대표가 지나가자 ‘셀카’를 함께 찍자고 요청하기도 했으며 “얼굴이 학자, 선비 타입이다”, “악수해보니 손이 부드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대구 민심이 얼마나 안 전 대표에게 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안 전 대표와 ‘셀카’를 찍은 상인 이아무개(57)씨는 “안철수는 대통령보다는 2인자 같다”며 “반기문은 정치에 대한 걸 잘 모를 것 같은데 황교안은 돌아가는 걸 잘 알 것 같고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상인 이아무개(65)씨는 “안철수가 오니까 오늘 반기는 사람이 많았지만, 전에 박근혜가 오면 이 시장통 길이 마비가 됐던 데 비하면 별 의미가 없다”며 “안철수나 유승민은 잘 모르겠고, 문재인은 싫고, 누굴 찍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오는 8~9일 자신의 고향인 부산을 방문하는 등 영남 표심을 더욱 공략할 계획이다.
대구/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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