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월12일 귀국,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 앞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연합뉴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을 두고 “역사적 인물을 우리 정치권이 너무 함부로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1일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반기문 총장 개인이나 대한민국의 긴 역사를 볼 때에는 오히려 더 나은 결정인 것 같다”며 “대한민국이 만든 역사적 인물인 반기문 사무총장에 대하여 귀국하시자마자 우리 정치권이 너무 함부로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이어 “대선을 앞두고 있다”며 “상대 후보들에 대해 건전한 비판과 정책으로 승부하는 선거가 되길 소망해본다”고 덧붙였다.
나 의원은 지난 연말 갑자기 바른정당행을 멈추고 반기문 전 총장의 대선 행보를 돕겠다고 나선 바 있다. 나 의원은 지난해 12월 SBS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귀국을 앞둔 반 전 총장을 두고 “중도 보수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국제 정세에서 가장 필요한 분이라고 할 수 있다. 반 총장님께서 대선 행보를 한다면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반 총장이 개혁보수신당(현 바른정당)으로 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나 의원은 반 전 총장이 귀국하던 지난달 12일 팬클럽과 함께 서울 동작구 사당동 집 앞에서 반 전 총장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귀국하고 3주 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누리꾼들은 나 의원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나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 유력 정치인과 함께 어울리는 사진을 합성하며 나 의원의 행보를 비꼬기도 했다.
나경원 의원이 지난달 25일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대선 출마선언 현장을 찾아 악수하는 모습. 강창광 기자.
다른 누리꾼들은 나 의원이 한 달 만에 말을 바꿔 바른정당의 대선주자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응원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나 의원은 여전히 새누리당 소속이면서도 지난달 25일 바른정당 소속 남 지사의 대선 출마선언 자리에 참석해 남 지사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