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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저녁이 있는 삶’ 화두…칼퇴근법·야근없는 날 ‘이슈’ 담금질

등록 2017-02-03 21:15수정 2017-02-03 22:17

[2017 정책 톺아보기] ②노동시간 단축공약
유승민 ‘칼퇴근법’ 눈길 선점
SNS야간 돌발업무 할증임금

문재인, 육아노동자 노동단축
이재명, 초과노동에 1.5배 수당
남경필, 야근없는날 주 2~3회 확산

시간단축 따른 임금감축 ‘해법’ 필요
재정부담 기업반발도 숙제
여성계선 “남성 육아참여책 병행을”
저출산 문제가 국가 위기로 확대되고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사가 빈발하면서, 5년 전 화제가 됐던 ‘저녁이 있는 삶’ 공약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공약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내놓은 ‘칼퇴근법’이다. 퇴근 뒤나 야간·주말에 에스엔에스(SNS) 등으로 갑자기 업무지시를 하는 ‘돌발노동’에 할증임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자정까지 근무했다면 다음날 빨라도 오전 11시 이전엔 출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퇴근 후 최소 11시간 휴식’을 보장하는 ‘최소휴식시간제’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유 의원은 3일 ‘칼퇴근제’를 시행하는 서울 을지로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 본사를 방문해 현황을 파악하기도 했다.

유 의원이 낸 법안과 비슷한 제도로 해외에서는 노동시간과 휴식시간을 명확히 구분하는 ‘안티 스트레스 법’(독일), 노동자에게 회사 업무연락 등을 일정 시간 동안 차단하는 ‘연결차단권’(프랑스)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업무시간 외 카톡’을 금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다만 강제이행 조항은 없었다. 같은 당 장하나 의원도 기업이 노동시간을 공시해 과도한 초과근무를 시킨 경우 부담금을 매기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다른 대선주자들은 현행 법정 노동시간(주 52시간)을 제대로 지키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노동시간 단축과 유연근무제 도입으로 휴식·가사·육아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17일 일자리정책 토론회에서 “휴일 노동을 포함해 주 52시간의 법정 노동시간만 준수해도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제외할 경우 최소 11만2000개, 특례업종까지 포함하면 최대 20만4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며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정책을 연계시키는 방안을 밝혔다. 그는 또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정해진 대로 노동자들이 연차휴가를 다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근무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임금감소 없이 줄이고, 유연근무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노동법상 최대 노동시간은 주 52시간인데 노동부가 마음대로 (행정지침에 따라) 주 68시간 노동을 허용하고 있다”며 “주 52시간을 준수하고, 초과노동에 대해선 1.5배의 수당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1000여명 수준의 ‘노동경찰’(근로감독관)을 최대 1만여명까지 확충해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유럽식 ‘노동자 추천 이사제’를 도입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노동자를 참여시키는 방안도 제안한 바 있다. 이 시장은 또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중학교 교과과정에 근로기준법 교육을 의무화해 ‘열정페이’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의 남경필 경기지사도 ‘주 40시간, 연장노동 포함 주 52시간’ 제도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야근 단축으로 추가 고용을 해야 하는 경우 국가가 ‘고용보조금’을 지급해 야근 단축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공공과 민간기업에서 주 1회 실시하는 ‘야근 없는 날’을 주 2~3회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런 정책들은 과거에도 꾸준히 추진됐지만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재계의 반대에 부딪혔다. 유승민 의원은 “열악한 기업에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 공공기관·대기업부터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교대제 근무 등 업종별로 근무환경이 달라 일괄 적용하기 어려운 점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대제를 하는 업종은 하루 11~12시간씩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교대제 개편을 하지 않으면 노동시간을 줄이기 어렵다. 또 납품업체들은 원청업체의 요구에 맞춰야 하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업종별로 대안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어드는 문제도 있다. 이는 노사합의로 조정하거나 국가가 일부 지원해줄 수 있다. 결국 노사정 타협의 문제라는 게 대선주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쪽 채이배 의원은 “노동계의 일정 부분 양보와 중소기업의 경우 국가의 책임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며 “이런 점을 고려한 종합 대책을 조만간 내놓겠다”고 밝혔다.

여성계에서는 노동시간 단축 정책이 남녀 모두 공평하게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한다. 남성의 육아 참여와 가사 분담률이 매우 낮은 상황인데 이런 사회적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남성이 여유 시간에도 육아·가사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남성들을 상대로 한 육아·가사 참여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경미 이세영 송경화 엄지원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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