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총리가 지난 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 관계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3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한겨레>·리서치플러스 여론조사 결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대선후보 지지도는 12.5%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30.2%)와 안희정 충남지사(14.1%)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또다른 보수 후보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지지도는 4.3%에 그쳤다. 황 대행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낙마 이후 보수진영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황 대행은 지역별로는 대구·경북, 세대별로는 60대 이상에서 강세를 보였다. 대구·경북에서 23.7%로 1위를 차지했고, 60대 이상에서도 29.9%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또 새누리당 지지층의 61.4%가 당원도 아닌 황 대행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결과는 탄핵심판과 상관없이 박근혜 대통령을 흔들림 없이 지지하고 있는 이들을 황 대행이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황 대행이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끄는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층’까지 흡수해 강경보수의 확실한 후계자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셈이다.
보수 후보 단일화를 가정한 조사에서도 황 대행의 지지도가 유승민 의원보다 좀 더 높았다. 문재인·안철수·보수단일후보의 3자 대결 결과는 ‘문재인(48.3%)-황교안(20.5%)-안철수(17.8%)’, ‘문재인(46.9%)-안철수(19.1%)-유승민(16.3%)’ 순서로 나타났다. ‘지금 지지하는 주자를 끝까지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도 황 대행 지지자의 80.0%가 ‘그렇다’고 답해, 문재인(70.1%), 안희정(62.2%), 안철수(57.5%) 등 다른 후보군에 비해 지지자들의 충성도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보면, 황 대행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떨어져 나간 온건보수층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된다. 황 대행은 온건보수로 볼 수 있는 바른정당 지지층에서 유승민 의원(29%), 안희정 지사(20.8%)보다 낮은 지지도(18.4%)를 보였다. ‘지지하는 인물이 경선에서 탈락했을 때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2순위 지지도 조사에서도 황 대행은 1.7%를 얻는 데 그쳐, 조사 대상 11명 중 8위에 불과했다. 실제 출마를 하더라도 지지층 확장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념적으로 ‘보수’라고 답한 이들의 52.2%만이 황 대행을 지지한다고 답한 점도 확장성의 한계를 드러낸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반 전 총장의 낙마 이후 보수층 결집에 고전하는 바른정당의 하락이 눈에 띈다. 새누리당은 지난 연말 조사와 견주면 ‘10.5%→11%’로 큰 차이가 없지만, 바른정당은 ‘8.3%→5.6%’로 낙폭이 크다. 문재인·황교안·유승민·안철수의 4자 대결에서도, 각 정당 지지층의 자당 후보 지지율이 문재인(82.6%), 황교안(83.7%), 안철수(74.7%), 유승민(54.4%) 순서다. 바른정당 지지층의 결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석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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