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7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당과 통합을 선언하기 위해 회견장인 정론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7일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선언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사실상 안철수 전 대표가 독주했던 국민의당 대선 레이스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평소 ‘안철수 사당화’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내온 호남 의원들이 ‘키맨’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호남 중진 의원들은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보이자, 안 전 대표에게만 의지하다가는 경선 흥행 실패는 물론 ‘공멸’의 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지난해말 원내대표 선거에서 호남 의원들의 지지를 받은 주승용 의원(전남 여수을)이 안 전 대표가 지지한 김성식 의원(서울 관악갑)을 큰 표차로 누르고 당선된 것이나, 지난달 15일 전당대회 결과 안 전 대표 쪽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시·도당위원장 선거에서 선전하지 못한 점 등은 이런 당내 기류를 반영한다.
당 지도부가 관례와 달리 지난 6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안 전 대표에게 맡겼을 때, 유성엽 의원(전북 정읍·고창) 등은 “손학규 의장,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에게도 문호가 열려있다고 공언한 것과 모순된다”며 반대하는 등 국민의당에선 ‘안철수 대 호남 중진’의 갈등이 반복돼왔다. 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원 연석회의에서도 손 의장과 가까운 김동철 의원(광주 광산갑)은 “당명뿐 아니라 그 이상의 것도 내려놓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황주홍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꼭 안철수일 필요는 없다. 꼭 안철수여야만 한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하며 손 의장 지지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손 의장의 지지율이 안 전 대표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손풍’이 안 전 대표를 꺾을 정도까지 불지는 미지수다. 안 전 대표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호남 의원들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이 당을 뒤흔들 정도로 표출되진 않을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국민의당은 손 의장과 정운찬 이사장 영입을 염두에 두고 완전국민경선제로 경선을 치르는 데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손 의장은 통합 선언 뒤 전주를 가는 등 호남 표밭 다지기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정동영(전주병), 김광수(전주갑) 등 국민의당 전북 의원들이 그를 맞았다. 손 의장은 9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전남 여수·순천과 광주 등을 방문한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