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후 국회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였던 김부겸 의원이 7일 출마 포기를 선언한 데는 한자릿수 초반대에 고착된 낮은 지지율과 당 지도부에 대한 서운함, 캠프의 자금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제안한 ‘야권 공동경선’이 유력 주자들과 당 지도부의 반대로 좌초되고, 뜻을 같이 했던 박 시장마저 불출마를 선언하자 김 의원 쪽의 완주 동력은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은 결국 이날 오전 당 지도부와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출마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국회 기자회견장에 섰다. 김 의원은 “공존하는 나라, 상생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저의 도전은 끝내 국민의 기대를 모으지 못했다. 묵묵히 도와준 동지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회견 뒤 김 의원은 기자들에게 “지금 밀려오는 시대의 과제가 워낙 엄중해 준비가 부족한 제가 감당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일주일 전부터 (출마 포기 여부를) 고민해왔다”고 털어놓았다.
김 의원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여권의 거물인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당선된 뒤 ‘지역구도 극복’의 상징으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차기 주자군에 이름을 올렸다. 대구라는 지역 기반과 ‘비문재인계’라는 당내 입지, 중도적 정치 성향 때문에 ‘친문재인계 싹쓸이’ 논란이 일었던 지난해 10월 전당대회 이후 ‘제3지대 합류’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됐지만 “정당정치의 대의에 맞지 않다”며 당에 남아 경선을 준비해왔다. ‘의회주의자’이자 야권의 대표적 ‘분권형 개헌론자’인 그는 여야 일각의 ‘반문재인 개헌연대’에 맞서 ‘정권교체를 위한 야3당 개헌연대’를 야권 주자들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김 의원 쪽 핵심 관계자는 “당 차원의 배려가 전무한 상황에서 재정도 조직도 열세인 데다 지지율마저 뜨지 않으니 더 버티기 어려웠다”고 했다. 경선 기탁금(5000만원)을 마련하는 것도 버거운 형편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경선 선거인단 모집이 임박하자 가뜩이나 세력 기반이 취약한 김 의원으로선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이후 정치행보와 관련해 당내에선 ‘정치 성향이 비슷한 안희정 충남지사를 도울 것’이란 전망과 ‘오랜 소신인 개헌과 연정을 위해 역할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김 의원은 이날 ‘당내 경선에서 다른 주자를 지지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 물음엔 “지금 그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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