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6일 오전 성완종 리스트 항고심 무죄를 선고받은 뒤 서울 서초동 서울 고법을 나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범보수 세력의 시선이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향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항소심 무죄 판결로 정치적 ‘족쇄’가 풀린 홍 지사가 대선주자로 나서서 보수 재결집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보수 진영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21일 홍 지사에게 ‘러브콜’을 보내며 장외 신경전을 벌였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불교방송> 라디오에 나와 “친박근혜계 패권주의를 배격하는 홍 지사의 노선이 우리 정당과 매우 가깝다. 저희와 (함께) 하겠다고 하면 대환영”이라며 “(자유한국당) 당원권이 정지돼 있는데, 바른정당 합류 가능성이 검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앞집에서 자꾸 자기네 사람이라고 하는 건 정치 도의에도 신의에도 맞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정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정지된 홍 지사의 당원권 회복과 관련해서도 “빨리 매듭지을 수 있도록 충분히 검토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두 보수 정당의 이런 구애는 당 지지율 정체와 존재감 있는 대선주자의 부재가 맞물리며 힘도 써보지 못한 채 정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출마가 불투명하고 지지율도 하락 조짐을 보이자 ‘홍트럼프’로 불리는 홍 지사를 대안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타고난 싸움꾼 기질에 거침없는 독설로 유명한 홍 지사의 캐릭터도 현 상황에선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판을 흔들어 경선 주목도를 높이면 보수 결집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경남 창녕 출신에, 대구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것도 영남 보수층을 묶어두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홍 지사의 출마 결단 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 지사는 영남권 강연을 이어가며 보수층 공략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친박계의 패권에 날을 세워왔지만, 최근엔 ‘탄핵 반대 집회’의 기세를 의식한 탓인지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나라의 운명이 걸린 탄핵재판을 헌재 심판관의 임기에 맞추려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