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애초 이들은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함께 3자 회동을 추진했으나 3자 회동은 잠정 연기됐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단일 개헌안’을 만들기로 합의하는 등 ‘대선 전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내면서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상황이라, 사실상 ‘대선 전 개헌’의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민주당이 장악한 대선판에서 나머지 당들이 개헌으로 반전을 모색해보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최고위 회의에서 “저를 뺀 3당의 원내대표가 대선 전에 단일 개헌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는 합의를 했다고 한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논의하는 자리에 제1당을 빼고 나머지 당이 모여서 합의를 한들 무슨 실효성이 있나”라고 말했다. 앞서 21일 정우택(자유한국당)·주승용(국민의당)·주호영(바른정당) 원내대표가 모여 “단일 개헌안을 빨리 만들자”고 합의한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우 원내대표는 “나머지 3당이 합의한다고 국민투표로 가지 않는다. 또 국민투표로 가서 부결되면 나라에 혼란이 더 크지 않겠냐”며 “내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안을 만들도록 노력하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이 꺼져가는 개헌론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것은 현재의 대선 구도에선 필패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낙마 이후 동력이 급격히 떨어진 바른정당은 개헌론을 띄우며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 전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 전망이다. 우선 각 당의 주요 대선주자들이 미온적이어서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하자”는 입장이다. 바른정당 소속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도 “대선 전 개헌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또 3당이 단일 개헌안을 만들어도 의석수는 165석에 지나지 않아, 개헌 의결정족수(200명)에 35석이 모자란다. 민주당의 ‘비문재인계’ 개헌파가 얼마나 동조할지가 관건이지만 현재로선 ‘범여권의 정략적 개헌 논의와는 선을 긋자’는 기류가 강하다.
국회 개헌특위 위원인 이상민 의원은 “개헌은 무엇보다 국민적 합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지금은 논의가 미성숙한 단계여서 대선 전 개헌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며 “민주당을 뺀 정당들이 정략적으로 개헌을 압박한다면, 오히려 개헌의 여건을 조성하는 데 재를 뿌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비문’ 성향 의원도 “지금은 탄핵이 최우선, 그다음은 대선이다. 그러고 나서 개헌이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민주당 개헌파들은 차기 정부에서 개헌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도록 대선주자에게 강제할 당 차원의 로드맵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비문 개헌파의 구심점인 김종인 전 대표는 이날 남경필 경기지사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고,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나는 등 잰걸음에 나섰으나 “향후 거취는 나중에 이야기하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초선 의원은 “노련한 정치인인데 지금 독자 행동(탈당)을 감행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다만 개헌의 동력을 어떤 식으로든 살려야 한다는 생각은 아주 강하다. 후보들이 실질적인 개헌 공약을 내놓도록 정치권이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엄지원 이경미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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