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장은 10%대 재진입 상승세…‘적폐청산 적임자’ 등 선명성 부각
민주 ‘2위 다툼’ 다시 볼만해질듯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한겨레 자료사진
‘선한 의지’ 발언의 여파로 안희정 충남지사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우려했던 진보성향 지지층의 이탈이 현실화하면서 경선 캠프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25%선 돌파는 시간문제’라던 지난주까지의 자신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2위 탈환’에 절치부심해온 이재명 성남시장 쪽은 재도약을 노리며 전열 정비에 나섰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 시장 지지율의 반등 조짐이 나타나면서 “2위 싸움이 다시 볼만해질 것”이란 관측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나온다.
안희정 지사의 지지율 하락은 23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리얼미터가 지난 20~22일 전국 성인 1508명을 상대로 실시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에서 안 지사의 지지율은 1주일 전보다 1.2%포인트 낮은 19.2%를 기록해 상승세를 마감했다. 안 지사의 하락세는 민주당 지지층(20.5→17.3)과 호남(21.1→14.2%), 20대(17.3→15.2%)·40대(17.4→13.9%)에서 두드러졌다. 부산·경남(18.6→22.6%)과 자유한국당 지지층(10.0→12.8%), 보수층(16.8%→19.0%)에서는 안 지사의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전통적인 야권 강세 유권자층에서의 하락을 상쇄하긴 역부족이었다.
안 지사는 여론조사 수치에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수시로 변하는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동안 했던 것처럼 국민과 잘 대화하면서 소신대로 걸어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캠프 분위기는 달랐다. 안 지사 쪽 핵심 관계자는 “예상보다 ‘선한 의지’ 발언의 여파가 컸다. 캠프 분위기가 침울하다. 내부에 전략 기조를 틀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현역 의원들 분위기도 달라졌다. 안 지사 경선캠프 합류를 저울질하던 비주류 의원들 다수가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다. 비주류 쪽 초선의원은 “안희정 지지선언을 하겠다던 의원들이 다들 멈칫 하는 분위기다. <제이티비시> 인터뷰에서 ‘선한 의지’ 발언을 해명한다며 추상적 개념어를 남발하는 것을 보고 실망한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반면 지지도가 반등한 이재명 시장 쪽은 모처럼 분위기가 살아났다. 이 시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연 ‘촛불혁명 실현 정책공약’ 발표 회견 뒤 회복 기미를 보이는 지지율과 관련해 “저에 대한 믿음이 살아나는 것 같아 기쁘다. 낮은 자세로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시장 쪽은 ‘철저한 적폐청산의 적임자’임을 부각시켜 2위권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시장은 회견에서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진정한 세상교체를 이뤄내겠다. 야권연대의 큰 판을 만들고 촛불대연정을 이루겠다. 청와대에 촛불혁명기념관도 설치하겠다”고 했다. 선명성을 더욱 강화해 문 전 대표의 ‘정권교체’와 안 지사의 ‘시대교체’ 프레임을 넘어서겠다는 뜻이다.
당내에선 이번 안 지사 발언 파동의 최대 수혜자는 문재인 전 대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 지사와 이 시장이 정치적 대척점에서 상호 공세를 펼칠 경우 1위 주자인 문 전 대표에 대한 견제는 약화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디스팩트 시즌3#41_안희정은 왜 '선의' 발언에 집착했나]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