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성·이재명·문재인·안희정(왼쪽부터) 대선 예비후보가 24일 오전 광주 남구 월산동 광주MBC 공개홀에서 방송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압승’으로 대세론을 굳힐 것인가, ‘의미있는 2등’의 드라마를 쓸 것인가.
25~27일 진행되는 더불어민주당의 호남지역 순회경선을 앞두고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유력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24일 열린 호남지역 방송 토론에서도 안 지사와 이 시장은 리더십 문제 등을 거론하며 문 전 대표를 집중 공격했다.
포문을 연 것은 이 시장이었다. 이 시장은 이날 <광주문화방송>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공정한 나라를 만들려면 거대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제압해야 하는데 소수 정권으론 어렵다”며 “야권 연합정권을 만들어야 하는데 문 전 대표는 국민의당과 많은 대립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두 당이) 지금은 경쟁해서 따로 가지만 정권교체가 되고 나면 얼마든 함께할 수 있는 관계”라고 말했다.
최근 문 전 대표를 ‘작심 비판’하며 선 긋기에 나선 안 지사는 “문 후보의 정치 흐름을 보면 상대는 갑자기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고, ‘나’(문재인)는 옳은 쪽이 된다. 저마저도 문 후보 진영으로부터 ‘애 버렸네’ 하는 수준의 공격을 당한다”며 “굉장히 많은 싸움을 방치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안 지사의 비판에 문 전 대표는 “안 후보가 말하는 지지자들이 결국 국민들이고 유권자들”이라고 일축했다.
두 후보는 호남의 지역정서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문 전 대표를 공략하기도 했다. 안 지사는 “지난 대선 때 호남의 90%가 문 후보를 지지해줬지만 지난 5년 동안 우리 민주당은 분열됐다”며 “몰표를 준 호남의 민심은 하나지만, 우리들이 분열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도 문재인 캠프 인사의 ‘부산 대통령’ 발언을 언급하며 “호남 총리, 부산 대통령 발언이 묘하게 매치되며 호남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다는 민심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어떤 맥락의 발언인지 뻔히 다 알면서도 호남 민심을 건드려서 경선에 유리한 입장에 서려는 태도는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특히 이날 공개된 한국갤럽의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21~23일, 전국 성인 1007명 대상)에서 문 전 대표의 호남권 지지도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민심이 출렁이는 것으로 나타나자 안희정·이재명 캠프는 반등을 노리며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는 분위기다. 문 전 대표의 호남권 지지도는 지난주(47%)에 견줘 14%포인트 떨어진 33%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 시장은 지난주보다 4%포인트 올라 13%를 얻었고 안희정 지사는 변동 없이 11%를 기록했다. 정치권에선 ‘전두환 표창’ 발언 논란 등이 문 전 대표의 호남권 지지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문재인 캠프는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캠프 본부장단과 주요 인사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고 긴장감 속에 전열을 정비했다. 이 자리에서 송영길 총괄본부장은 “호남의 결정이 우리 당 경선을 좌우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겠다. 문 후보도 호남과 연정하는 자세로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호남권 지지도가 상승한 이재명 캠프의 정성호 선거대책본부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대세론이 붕괴됐다. 바닥에선 분명한 새로운 변화의 흐름이 보인다”며 문 전 대표의 과반 득표 저지를 자신했다. 안희정 캠프의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일단 호남 유권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고, 주말을 거치면서 안희정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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