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인 비대위원장은 오는 31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선후보가 선출된 뒤 사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오는 31일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29일 아침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1일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끝으로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직을 사임하기로 결심했다. 비대위원장이라는 저의 소임이 이제 끝났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이제 자유한국당은 선출된 후보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정권재창출의 대업을 수행해야 한다. 그것은 저같은 사람의 일이 아닌, 전적으로 정치인의 역할이라 생각한다”면서 “이제 저는 국민여러분에게 처음 약속한 대로 다시 평범한 시민인 저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돌이켜보면 지난 100여일간 수많은 사람들 반대와 비난, 실망 심지어 조롱 속에서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중요한 책임이 있는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직을 맡았던 것은 무너진 보수를 다시 추슬러 세우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고 이게 제가 나라 위해 해야할 일이라는 나름대로의 판단과 애국심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사퇴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거 없다. 당을 추슬러서 대통령 후보 냈으면 비대위장이 할 수 있는 것 다했다”고 말했다. ‘친박 세력이 사퇴에 영향 미친 거냐’는 질문에는 “김진태 의원도 친박 없다고 그러는데 우리 당에 무슨 친박이 있다고 자꾸 친박 얘기하냐”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지난해 12월29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공식 추인된 뒤 당내 친박근혜계 청산을 시도했지만,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 핵심과 갈등을 빚으며 제대로 된 인적청산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전히 당원권을 유지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징계대상에서 제외해, 친박계와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물론 그는 지난달 13일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고 새 강령의 확정과 당 기간조직 재정비 등 일정 부분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당에서 영입하려고 공을 들였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등이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그가 공언했던 차별화된 당 후보를 세우지 못하는 등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 바른정당의 분당 이후 당을 완전히 장악한 친박계 정치 세력들을 벗어나지 못한 게 핵심 패착이었다. 지난 17일 열린 당 경선후보 비전대회를 김진태 의원을 지지하는 ‘태극기 부대’가 장악한 뒤 자신에게 욕설을 퍼붓는 일이 벌어지고, 자신이 강하게 주장했던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의 무공천 방침이 당내 의원들의 반발로 번복되는 일마저 벌어졌다. 당 안팎에선 최근 벌어진 두 가지 사건이 인 위원장의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인 위원장은 지난 28일 <문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무공천 방침 번복과 관련해 “저의 정치적, 개인적인 소신이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했다”면서 “사퇴에 대해선 제가 누가 그만두라고 해서 그만둘 것도 아니고 또 누가 붙어 있으라고 해서 더 있을 것도 아니다. 제가 판단해서 제일 좋은 때에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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