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중년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9일 ‘희망퇴직 남용방지법’과 ‘신중년 임금보전보험’ 등 중·장년 세대에 특화된 ‘맞춤형 정책’을 내놓으며 50~60대 표심 공략에 나섰다.
문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은퇴 이후 건강한 삶을 누리고, 노후에도 안정적으로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며 ‘브라보 5060 신중년정책’을 발표했다. 50~65살 유권자층을 겨냥한 이날 발표엔 이 세대가 공유하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해법이 망라됐다.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직장인에겐 기업의 조기퇴직 강요를 근절하기 위한 ‘희망퇴직 남용방지법’ 도입을 제시했고, 청소·경비업 등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고용승계 의무화를 약속했다. 직장을 옮겨 임금이 줄어든 이직자들에게는 임금 차액의 일부를 충당해주는 ‘신중년 임금보전보험’ 도입을,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선 연 4조원의 복지수당을 골목상권 전용화폐로 지급하는 것도 공약했다. 또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신중년 근로시간 단축제’를 도입하고 ‘신중년 폴리텍(전문대학)’을 설립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대선이 첨예한 ‘세대 대결’ 양상으로 펼쳐지면서 과거 지역별, 직능별로 내놓던 ‘타깃형 정책공약’을 세대(연령대)별로 세분화해 발표한 것이다.
문 후보 쪽이 중장년 맞춤형 공약에 공을 들인 것은 이번 대선에서 은퇴를 앞둔 50~65살 유권자층이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이다. 특히 50대의 경우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을 띤 1960년대 출생자들의 유입 효과로 ‘친여·보수색’이 상당 부분 탈색되면서 이번 대선에서 최대 ‘캐스팅보터’ 집단으로 등장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19대 대선 유권자의 연령 분포를 보면, 5년 전 대선 때보다 30대가 69만명, 40대가 9만명이 줄어든 반면, 50대 유권자는 69만명이 늘었다.
‘신중년’이란 명칭에서도 문 후보 쪽의 전략적 고민이 읽힌다. 노동시장 은퇴기를 앞둔 이 연령층의 표심이 보수색이 뚜렷한 65살 이상 노령층에 연동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정치적 호명 전략’이다. 하루 전 내놓은 노인층 공약이 ‘기초연금 증액’ 같은 연금 소득 현실화에 무게가 실린 것과 달리, 이날 내놓은 정책은 ‘고용 갑질’ 근절과 자영업자 소득 증대에 중점을 둬 차별화했다.
문제는 실효성과 재원 대책이다. 기업의 희망퇴직제 남용을 금지하겠다고 하지만, 과거 정리해고 도입 때 명시한 ‘경영상 긴급한 필요’라는 제한 규정은 현실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자녀의 결혼비용 부담을 줄이겠다며 내놓은 ‘신혼부부 반값 임대주택 16만5000호 공급’ 역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홍종학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부본부장은 “예산은 크게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구체적인 재정 대책은 추후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세영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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