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 주요 후보자들이 23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텔레비전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승민 바른정당, 안철수 국민의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23일 밤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텔레비전 토론회는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후보를 즉각 사퇴하라”는 다른 후보들의 비판으로 시작됐다. 홍 후보는 12년 전 펴낸 자전적 에세이에서 대학생 시절 약물을 사용한 성폭력 범죄를 모의했다는 내용을 적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홍 후보에게 첫 포문을 열었다. 심 후보는 자신의 첫 발언에서 “토론에 앞서 양해 구한다. 이번 대선은 새로운 한국을 여는 대선이다”며 “저는 성폭력 범죄 공모한 후보를 경쟁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 국민들의 자괴감을 생각할 때 홍 후보는사퇴가 맞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저는 오늘 홍 후보 하고는 토론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홍 후보를 문제 삼았다. 그는 “이미 형사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성완종 리스트’ 연루)이다. 1심 유죄, 2심 무죄났다. 대법원 판결 나와야 된다”며 “강간 미수 공범이다. 인권의 문제고 국가 지도자의 품격 문제고 대한민국 품격의 문제다”라고 홍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홍준표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정부의 실패 책임이 있다. 원천적으로 후보 자격이 없다”며 “자서전에서 성폭력 모의한 것을 밝힌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외신에 많이 보도돼서 국격도 실추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홍 후보는 “45년 전 친구가 성범죄를 기도 하려고 하는데 막지 못한, 그런 책임감을 느끼고 12년 전에 자서전에서 고해성사했다”며 기존의 해명을 반복했다. 결국 다른 후보들의 거듭된 공격에 “45년 전에 있었던 그 사건에 대해 정말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하게 생각한다. 사죄 말씀 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그는 안 후보의 비판에 “제가 사퇴하는게 도움이 되는 모양이죠”라고 하거나, 안 후보가 언급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노무현 정부 때 한 건 그대로 두고 지금 와서 죄를 묻는 건 잘못이다”며 화제를 돌리려 했다.
홍 후보는 3선 의원 시절이던 2005년 펴낸 자전적 에세이 <나 돌아가고 싶다>(행복한 집 펴냄)의 ‘꿈꾸는 로맨티스트’의 한 대목에 ‘돼지 흥분제 이야기’라는 글을 썼다. 대학교 1학년인 1972년 당시 친구가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흥분제’를 구해달라고 부탁해 홍 후보와 친구들이 이를 구해줬다는 내용으로 ‘성폭력 모의’아니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승준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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