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6일 국회에서 열렸던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병헌 당시 최고위원(왼쪽)이 누리집 예산 관련 책임을 교육감들에게 전가한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를 비판하는 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청와대와 국회·정당의 소통 창구 구실을 할 문재인 정부의 첫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에 전병헌(59)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임명됐다. 청와대 직제상 차관급에 해당하는 정무수석은 역대 정부에서 재선 의원급 원외 인사가 맡는 것이 관례였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고려해 3선 의원과 원내대표를 지낸 전병헌 수석을 불러들였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4일 “전병헌 신임 정무수석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했고, 민주당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을 지낸 정치권 최고의 전략통이자 정무감각을 가진 분”이라며 “(전 수석 임명에는) 국회를 무겁게 생각하고 소통하겠다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인선 배경을 전했다. 전 수석은 야당 원내대표 시절인 2013년 말 당내 강경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새해 예산안과 국정원개혁법, 외국인투자촉진법, 학교급식법 등의 쟁점 법안 처리를 여당과 일괄 합의하는 등 협상과 합의를 중시하는 민주당 내 대표적 온건 의회주의자다. 전 수석은 범동교동계이자 ‘정세균계’이지만,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맡고 있던 2015년에는 당 최고위원으로서 문 대표 체제를 적극 엄호했고, 지난 대선 기간엔 선대위 전략본부장을 맡아 문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밤까지 호남권 3선 출신의 강기정 전 의원과 전병헌 수석을 저울질하다가 협상 경험이 풍부할 뿐 아니라 충남 홍성 출신으로 ‘지역 안배’ 의미도 살릴 수 있는 전 수석을 최종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수석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지금의 여소야대 5당 체제는 청와대는 물론 국정 책임을 공유하는 모든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새로운 발상을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와 국회·정당 모두)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며 “당-청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청와대와 국회의 관계도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방문 일정도 밝혔다. 전 수석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5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 예방을 시작으로 추미애 민주당 대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를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일정상 16일 방문할 예정이다.
전 수석이 청와대 직제상 상급자인 임종석(51·재선 의원 출신) 비서실장보다 나이와 경륜이 앞서는 점도 눈길을 끈다. 비서실장-정무수석으로 이어지는 청와대 정무라인은 통상 비서실장이 정무수석보다 연장자였던 게 관례였다. 전 수석은 이에 대해 “임 실장이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할 때부터 호흡을 맞춰왔기에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 나이가 위인 건 맞지만, 성공한 대통령을 만드는 데 나이는 그야말로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추진 중인 정부조직법 개편에 따라 정무장관직이 신설될 경우 전 수석이 장관직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 수석 기용에 대해 야당은 대체로 기대감을 내비쳤다. 자유한국당의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화에서 “경험이 풍부한 중진 정치인이라 야당과 잘 대화하며 정국운영을 하리라 믿는다. 전략에 능한 분인데, 그 전략으로 야당을 괴롭히지 말고, 협치하는 데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도 “청와대와 국회의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해서 협치가 잘 되도록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병헌 수석은 1958년 충남 홍성 출생으로, 휘문고등학교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고려대 정책대학원 경제학 석사 △17·18·19대 국회의원 △대통령 정무비서관, 국정상황실장(김대중 정부) △민주당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최고위원
이세영 윤형중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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