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협력이 필요하다”는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의 페이스북 글에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쳇’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낙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시작으로 계속되는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엇갈린 두 야당의 행보와 맞물리며 눈길을 끈다.
박 전 대표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시간, 문재인 태풍은 15일간 불었지만 16일째 되는 날부터 총리 인준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역할로 총리 인준안은 국회 본회의를 무사 통과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현재 김상조, 강경화, 김희수 세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도 빨간불이지만 이번에도 우리 국민의당 협력과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대선 기간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를 매일 아침 공격해 ‘문모닝’이라고 불렸던 박 전 대표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와 정책 등에 긍정적 평가를 내려 ‘문생큐’로 변신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는 최근 문재인 정부 인사에 대해 “깜놀(깜짝놀란) 인사”, “호남 사람들 가슴 뻥 뚫어줬다”고 극찬했다. 7일 <에스비에스>(SBS)라디오 ‘박진호의 시사 전망대’에 나와서도 “자질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는 이 세 분(김상조·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이 전부 다 청문회를 패스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호남 민심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자유한국당과 차별화를 꾀하며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야 하는 국민의당의 상황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야당으로서 견제해야 할 것은 견제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집권 초로 이렇게 강하게 태풍이 불고 있고, 실질적으로 잘하는 점도 있지만 그 한계점도 드러나고 있다고 본다”는 글을 남겼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지금은 몸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국민의당 당내에서 박 전 대표의 행보에 “야당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글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정진석 의원은 ‘쳇’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에 박 전 대표도 ‘왠 쳇’으로 응수했다. 이는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는 두 야당의 갈등과 겹쳐진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6일 인사청문회 대책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상왕(박지원 전 대표)으로 불리는 분은 새 정부에 무슨 책이 잡혔는지 자고 나면 청문회와 관련한 입장이 오락가락 하고 있고, 당의 아무 직책 없는 분의 말 한마디에 당이 휘청하고 있다. 누가 봐도 이상한 야당이고 여당 2중대”라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당을 향해 “사쿠라 정당”이라고도 했다. 이에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을 향해 “사과를 요구한다”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표는 정 의원의 ‘쳇’ 댓글에 대해 7일 라디오에서 “정진석 전 원내대표야 저희하고 좀 정체성이 다르잖아요. 그리고 그분이 지지하는 홍준표 전 지사와 궤를 같이하기 때문에 저희하고 함께 한다는 것은 무리일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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