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15일 국회 예결위에서 2006년 예산안을 살펴보며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건교위, 인천공항사업등 정부안보다 9944억 늘려 ‘1등’
농해수위 2201억·교육위 958억↑…행자위는 116억↓
8조9천억 깎겠다던 한나라 “표결때 수적 열세” 해명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국회가 상임위별 예산심사 과정에서 엄격한 심사를 통해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기보다는 15일 현재 이미 1조4천억원이 넘게 예산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나라당이 8조9천억원 규모의 예산 삭감을 공언하고, 여당도 원안 통과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나눠먹기식·선심성 예산심사가 또 반복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디서 얼마나 늘렸나=〈한겨레〉 조사 결과, 15일까지 예산심사가 마무리된 12개 상임위에서 모두 1조4천억여원의 예산이 증액됐다.(표 참조) 가장 많이 예산을 늘인 상임위는 건설교통위로, 정부안보다 9944억원이 늘었다. 인천국제공항 2단계 건설사업(3천억원), 재해예방 수계치수 사업(651억원) 등이 대표적인 증액 항목이다.
농림해양수산위도 정부안보다 2201억300만원을 늘렸다. 쌀 의무 수입량 확대로 인한 쌀값 하락을 보전할 쌀 소득보전 고정직불금을 정부안보다 998억원 늘려 잡았고, 농민 부채상환 연장에 따른 이자차액 보전금도 549억원을 늘였다.
교육위도 958억5700만원을 올렸다. 국립학교 시설 확충비가 222억여원 늘었고, 사립유치원 담임교사 수당 인상과 유치원 종일반 운영지원비 등 유아교육 지원비도 216억여원이 늘었다. 평생교육기반구축비(142억원)와 장애아교육지원비(75억여원)도 많이 늘었다. 보육시설 지원비를 정부안보다 387억여원 늘린 여성가족위도 모두 446억4800만원을 올려 잡아 증액 상위권에 들었다. 반면 행정자치위는 정부안보다 116억6600만원을 삭감했다. 화장실 개선 지원비와 행정정보 공유추진위 운용비용이 31억여원 늘었지만, 전자정부 사업지원비는 150억원이 깎였다.
왜 이러나=여야 의원들은 한결같이 “상임위에서 막상 줄일 예산이 없다”고 말한다. 교육위 소속인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교육재정 확충은 당 차원에서도 계속 이야기해 온 만큼 예산을 깎는 게 난처하다”고 말했다. 환경노동위 소속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도 “다른 부처는 몰라도 환경과 노동 관련 예산은 절박한 문제라 삭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이시종 열린우리당 의원은 “쌀협상과 관련해 농민 요구를 반영하다보니 증액하게 됐다”며 “야당도 증액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정부 부처가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한 사업을 되살리기 위해 해당 상임위 의원들에게 예산 증액을 요청하고 있다”며 “의원들이 정부와 같은 편이 돼, 국회의 감시 기능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인 ‘함께하는시민행동’의 최인욱 예산감시국장도 “상임위 의원들이 예산 심의보다는 자기 영역 지키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8조9천억원 삭감 방침을 내놓고 있는 한나라당은 “상임위에서 표결할 때 수적으로 열세였다”며 “상임위별 심사 결과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취합해 다시 삭감에 나설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용현 성연철 기자 piao@hani.co.kr
상임위별 내년도 예산 증감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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