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질게요’.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7·3 전당대회의 모토다. 자유한국당은 후보들이 세를 과시하던 체육관 전당대회를 버리고 모바일 투표를 택했다. 다음달 3일 전당대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간략히 당선자 발표형식으로 진행하되, 같은 시간 당 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은 경기 남양주에서 감자캐기 봉사활동을 하며 현장에서 당선 결과를 화상으로 지켜보게 된다. 당 대표 수락연설도 감자창고 앞에서 한다. “당의 새로운 시작을 봉사를 통해 알린다”는 취지다.
그간 권역별 합동연설회를 진행해온 자유한국당은 28일 오후 경북 경산실내체육관에서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를 열었다. 티케이(TK)지역은 당의 텃밭으로, 정권교체에 대한 상실감이 그 어느 곳보다 크다. 주인의식이 강한 책임당원 등 ‘최대주주’들이 포진해 있다. 당권 도전에 나선 신상진(61·경기 성남중원) 의원, 홍준표(63) 전 경남지사, 원유철(55·경기 평택갑) 의원은 “지방선거 승리와 정권교체”를 약속했지만 저마다 해법은 달랐다.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 정권”으로 규정하며 극우 행보를 하는 홍 후보는 이날도 “보수궤멸을 목표로 삼은 주사파 정권이 가장 상징적인 지역으로 내년 (지방선거) 대구시장을 뺏으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며 “제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의 뒤를 잇는 대구·경북의 희망이 되겠다. 마지막 정치인생을 대구에서 해보겠다”며 노골적인 ‘영남당’ 전략을 폈다.
반면 원 후보는 “청년·여성·수도권에 집중해야 내년 지방선거에 승산이 있다”며 외연확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원 후보는 이날 “당 대표가 돼서 인천상륙작전 하듯이 수도권에서 압승해 대구·경북 당원들의 땀과 눈물이 헛되지 않도록 5년 뒤 반드시 정권을 되찾아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 후보를 겨냥해 “막말과 기행을 하는 정당이 아닌 국민의 힘이 전제되는 강한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당직에 처음 도전하는 신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사법적 탄압이 예상되는데,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도덕성과 선명성이 있었야 한다”며 부패범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홍 후보를 에둘러 겨냥했다.
이들은 전날 밤 <엠비시>(MBC)에서 진행한 당권 주자 토론회에서 홍 후보의 불법 정치자금 재판 등을 거론하며 “대법원에서 잘못되면 자유한국당 운명은 끝이다”(원유철), “두 사람에게 맡기기에는 당이 너무 어렵다”(홍준표)며 난타전을 벌였다. 홍 후보는 토론이 끝난 뒤 “상식 이하다. 애들 데리고 못하겠다”며 특유의 독설을 쏟아냈다.
당내에서는 전당대회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달라질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국정지지도는 앞으로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이런 기회를 받아담을 그릇이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홍 후보의 당 대표 선출을 예상하는 이들조차도 “대안이 없어서 홍 후보가 대안”이라며 우려한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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