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나온 한국갤럽 여론조사(27~29일)에서 전국 지지율 7%로 창당 이후 최저치를 찍은 자유한국당은, 이날 하루종일 차기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모바일 투표를 진행했다. 밤 9시 최종 20.89%(20만5185명 중 4만2873명 투표)로 투표가 마무리 됐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당원 20여만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투표를 진행하는 것이 일종의 모험이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건재’하던 새누리당 시절 현장투표로 치른 8·9 전당대회 투표율은 계파 동원 논란에도 불구하고 20%를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 이후, 궤멸한 보수지지층을 복구하지 못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으로서는 한자릿 수 당 지지율로 치러야 하는 전당대회 걱정이 컸다. 철저한 무관심 속에 자칫 처참한 투표율을 찍을 경우 새 지도부의 리더십과 정당성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반짝 컨벤션 효과조차 누리지 못하고 망신만 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수층에서도 비호감 이미지가 강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당 대표 선출 가능성이 점쳐지며 당 사무처를 중심으로 이런 우려는 더욱 컸다.
결국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노·장년층을 핵심 지지층으로 하는 자유한국당이 택한 것은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모바일 사전투표였다. 중앙선관위가 위탁관리하는 모바일 투표는 투표율 상승 효과가 크다. 5·9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이 진행한 대선후보 경선 상황을 보면, 모바일 투표로 경선을 치른 바른정당의 투표율은 32.56%, 현장 투표를 한 더불어민주당은 18.07%, 자유한국당은 18.7%였다.
‘투표문자 수신→보안문자 입력→투표하기 선택→투표화면→후보자 선택→투표완료 클릭→선택 후보자 제출 완료’라는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 탓에, 자유한국당과 각 후보들은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모바일 투표 방법을 알리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모바일 투표는 30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진행된다. 앞서 정치권에선 “자유한국당 노년층 당원들이 모바일 투표를 잘 할 수 있겠느냐”, “조직을 동원한 대리투표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 나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잡음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당 안팎에선 탄핵과 태극기집회, 대선을 거치며 ‘카카오톡 입소문’ 등 스마트폰 이용에 익숙해진 노년층 지지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앙선관위 쪽도 개인별 고유 유아르엘(URL) 부여 등 대리투표 방지 보안기술 등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은 모바일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대의원과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다음달 2일 전국 시군구 투표소에서 현장투표를 실시한다.
자유한국당이 이번에 중앙선관위에 위탁한 모바일 투표 진행비용은 8954만원이다. 당은 모바일 투표로 절약한 전당대회 비용 8억5000만원을 사회저소득층과 청년인재육성 기금 등으로 사용하겠다고 했다. 또 전당대회 당일 신임 당 대표가 사랑의열매와 초록우산어린이집 등에 3000만원을 기부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은 앞으로도 모바일 투표를 당론과 당 정책을 정하는데 있어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통로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염동열 사무총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바일 사전투표는 우리당으로서는 처음 실시하는 것이다. 새로운 정당문화와 선거문화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