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인사차 예방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새 대표에게 협치를 약속하자는 제안과 함께 팔짱을 끼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문재인 정부의 인선·정책에 ‘발목 잡는 식의 투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정부조직법안 개정 등 여야 갈등 현안에 무조건 반대만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날 소속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김상곤 사회부총리 임명에 반발해 추경 및 정부조직법 심사를 거부하기로 했다. ‘홍준표 리더십’이 당장은 안 통한 셈이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다른 야당 대표들은 만나지 않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만 찾아가 취임 인사를 했다. 추 대표와 사법시험 24회 동기인 홍 대표는 “여야 협조로 나라를 잘 좀 이끌어가면 좋겠다”고 말했고, 추 대표는 “서로 협치를 국민 앞에 약속한다는 의미에서 팔짱 한번 끼자”며 팔을 걸었다. 홍 대표는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의원들 소신은 존중하지만 당이 나갈 방향과 대치되는 일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 대표는 기자들에게 “(청문회를 통해) 부적절한 사람이란 걸 국민이 알면 됐다. 그런 사람 임명을 강행하는 건 정부 책임이다. 판단은 국민 몫이다. 거기에 당력을 쏟을 필요는 없다. 과거 민주당이 했던 떼쓰는 방식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라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이 필요 없는 장관직의 경우 야당이 부적격자로 판단한 인사를 정부가 임명하더라도 굳이 막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또 “추경은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 늘리는 것 빼고는 요건이 되면 해주는 게 맞다. 정부조직법도 집권한 정부가 조직을 운영하겠다는 건 하게 해야 한다. 야당이 막는다는 건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의 이런 태도에 여당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추미애 대표 쪽은 “그동안 정우택 원내대표 체제는 대선 패배 뒤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해, 무언가를 책임지고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새로운 리더십이 세워짐에 따라 비판할 건 비판하고 협력할 건 협력하는, 협치의 폭과 가능성이 커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4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김상곤 부총리 임명에 반발해 추경 및 정부조직법 심사를 거부하는 ‘강경 노선’을 택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의총 뒤 기자들에게 홍 대표와의 입장차에 대해 “홍 대표는 본인 생각을 자유롭게 말했지만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으로 결정한 것에 같이 생각해주시고, 저와 의기투합했기 때문에 심각하게 엇박자가 나간 것은 아니다. 행동을 취할 때는 한 방향으로 가는 게 올바르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국회 운영과 당 쇄신 등을 놓고 현역 의원이 아닌 홍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 사이에 당분간 ‘기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이경미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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