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임명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취임 첫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부당하다며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섰다. 본인 정체성을 ‘태극기 집회’와 동일시하는 등 ‘친박 민심’에 기반한 강경 보수 노선을 자유한국당의 진로로 삼을 것을 예고했다.
류 위원장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시작됐고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생긴 것이다. 구체적으로 법을 어떻게 어겼는지 명확하지 않다. 정치적으로 억울한 경우”라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또 “박 전 대통령이 실제 저지른 잘못보다 너무 과한 정치적 보복을 당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구속돼있는 박 전 대통령 출당은 시체에 칼 꽂는 일”이라고 했다.
류 위원장은 본인 정체성을 밝힌다며 “태극기 집회에 굉장히 열심히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태극기집회 숫자가 촛불집회보다 훨씬 많았는데 언론이 제대로 보도 안 했다. 정파적 이익을 위해 기사를 왜곡할 수 있다는 게 우리나라 언론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국당 100석 이상 진지를 이용해 그런 대한민국 현실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당내 친박 청산에는 “언론 칼럼에서 실명으로 지적한 분들이 문제라는 건 제 소신”이라고만 말했다. 류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조선일보>에 게재한 ‘단물 빨던 친박은 어디로 갔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서청원·윤상현·최경환 의원을 거론하며, 박 전 대통령이 어려울 때 나서서 돕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인적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류 위원장의 ‘탄핵 부정, 박근혜 두둔’ 발언에 당이 대중과 더 괴리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류 위원장의 기자회견과 과거 칼럼들을 보면 당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극우화되는 것 같아 심각한 우려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류 위원장을 임명한 홍준표 대표는 댓글을 달아 “극우란 개념을 한번 찾아보시고 비판하시기를”이라고 반박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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