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8·27 전당대회를 앞두고 안철수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이 급부상하면서 국민의당이 술렁이고 있다.
안 전 대표는 1일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하고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할지 여부를 상의했다. 박 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주변에서 출마를 권유하는 사람과 만류하는 사람이 모두 있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하길래 출마와 불출마 시 전개될 상황에 대해서 조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안 전 대표는 “금명간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고 박 위원장은 전했다. 박 위원장은 기자에게 “출마하고 싶지 않으면 굳이 나를 만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해, 안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박주선 비대위원장과 상의 뒤
안 “금명간 출마 여부 결정할 것”
측근 송기석 “이번주내 입장 정리”
박지원 “지금 나오면 안된다”
다른 의원들 “대선 얼마 지났다고…”
안 전 대표는 전날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자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당 차원의 대국민 사과에 동참한 뒤 일부 의원들을 만나 출마 여부를 논의했다. 최근 원외 지역위원장들을 중심으로 “안 전 대표가 당을 살리기 위해 지금 나서줘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제보 조작’ 사건의 여파가 어느 정도 수습되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7월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비대위-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눈을 감은 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통화에서 “내일(2일)까지 더 고민해보고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하더라. 출마 가능성은 5 대 5인데 출마할 가능성이 좀더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에 출장 중인 안 전 대표 측근 송기석 의원은 이에 맞춰 2일 급히 귀국하기로 했다. 송 의원은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여러 가능성을 열어놨다”며 “이번주 내에 명확히 입장 표명을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르면 3일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후보 등록일은 10~11일 이틀이다.
안 전 대표의 등판 여부는 국민의당 전당대회의 구도를 뿌리부터 뒤흔들 수밖에 없다. 앞서 4선의 정동영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이날 6선 중진인 천정배 의원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때 안 전 대표와 공동대표를 했던 김한길 전 의원, 재선의 이언주 의원, 문병호 전 최고위원 등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일부는 안 전 대표의 선택에 따라 출마를 접을 수도 있다. 이언주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만나 “안 전 대표가 출마한다면 나는 노선이 같기 때문에 (나가지 않고)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안 전 대표를 만났다는 이 의원은 “‘중도의 길을 지켜야 한다’는 말에 안 전 대표가 공감을 하더라”고 전하면서 “안 전 대표가 ‘안 나오겠다’는 말은 안 하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5·9 대선에서 패배한 안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가 시기상조라며 반발하는 의견이 많아 실제 결심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지원 전 대표는 통화에서 안 전 대표의 요청으로 2일 만나기로 했다고 전하면서 “안철수 전 대표가 지금 나오면 안 된다. 안 전 대표가 안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돈 의원도 통화에서 “이회창, 문재인 후보도 대선에서 근소하게 지고도 1년 이상 지나서 컴백하지 않았냐. 대선이 끝난 지가 얼마나 됐냐”며 “안 전 대표의 이번 전당대회 출마는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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