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맨 앞)이 11일 오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하기 위해 국회 당대표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의 추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를 각각 만났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문화방송>(MBC) 김장겸 사장과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의 임기가 무조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며 해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 등 공영방송 정상화에 강한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이 위원장은 11일 국회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한 후 기자들에게 “공영방송 사장이 공적 책임과 공정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렇게 안 되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문화방송 사장과 방문진 이사의) 임기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무조건 보장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그 근거에 대해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의 소송에서 대법원이 ‘임명’은 ‘임면’(임명과 해임)을 포함한다고 했다. 방통위에서 (방문진) 이사장과 이사를 임명하는 걸로 돼 있어서 임면도 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사퇴를 포함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한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현재 방송 정상화 문제는 검찰개혁이나 국가정보원 개혁에 이어 굉장히 중요한 사회적 화두”라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방송법과 방문진법에 따라 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회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한국방송 이사를 추천하고, 방문진 이사를 임명할 권리도 있다. 법 조항에 ‘임명’이라고만 돼 있어서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진을 해임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지만, 이 위원장은 2012년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 무효 소송 판례를 근거로 든 것이다.
이 위원장은 다만 “지금은 검토·조사 단계”라며 “방통위가 주무 기관으로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공영방송 정상화 조처를 취해나가야 하지만 법과 절차를 검토하고 있고,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도 있어서 상당한 시간이 불가피하게 걸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화방송에서 해직된) 이용마 기자를 만났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공영방송 탄압을 다룬) 영화 <공범자들>을 보면서 실태를 조사하고 그런 것에 기초해 방문진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위원들과 상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절차에 따라 책임을 묻는 조처에 대한 검토를 지속하면서, 기자들이 사퇴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김장겸 <문화방송> 사장과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등의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공영방송사의 사장을 직간접적으로 퇴진시키려는 꼼수와 편법까지 강구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한다. 이를 거부할 시 대통령을 상대로 이효성 임명 무효 확인 소송,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도 검토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규남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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