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공영방송 사장 특별다수제(3분의 2 이상 찬성) 선출에
문 대통령 “최선은 물론 차선도 막을 우려”
여당 “대안 마련”…야당 설득 난제
자유한국당 “코드사장 임명 주문” 반발
언론단체 등은 ‘국민추천제’ 등 제안
문 대통령 “최선은 물론 차선도 막을 우려”
여당 “대안 마련”…야당 설득 난제
자유한국당 “코드사장 임명 주문” 반발
언론단체 등은 ‘국민추천제’ 등 제안
‘여야 합의’로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하는 것을 뼈대로 한 방송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이 법이) 최선인지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수정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수정안 논의에 착수한 가운데, 보수야당이 “언론 장악 의도를 드러냈다”며 강력히 반발하면서 방송관계법이 정기국회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회 계류 중인 방송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이대로 시행되면) 최선은 물론 차선의 사람도 (공영방송) 사장이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당시 참석자들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온건한 인사가 선임되겠지만 소신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등의 우려도 나타냈다고 한다. 지난해 7월 박홍근 민주당 의원 등 당시 야당 소속 162명이 발의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등 방송관계법(4개) 개정안은 현재 여권에 쏠려 있는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여야 7 대 6 구성으로 바꾸고, 사장을 뽑을 때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정당의 입김에 공영방송 이사진·사장이 노출되어 있다는 구조적 한계는 있지만, 적어도 권력에 휘둘리는 일은 막겠다는 취지에서 지난해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이 함께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지시가 아닌 제안”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현재 방송관계법 개정안이 통과돼 ‘특별다수제’가 시행될 경우 공영방송 사장 공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장을 뽑을 때 이사 3분의 2가 찬성하기는 쉽지 않다. 사장이 아예 선출되지 않거나, 여야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 무색무취하고 양쪽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사장이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여당은 이날 세종시 홍익대 국제연수원에서 열린 정기국회 대비 연찬회에서 방송관계법 대안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민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연찬회 토론 뒤 기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취지와 대안을 고려해,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과 만나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권과 언론단체 등에선 국민배심원단을 모집해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는 ‘국민추천제’와 정치권 관련 인사를 최대한 배제해 운영하는 영국, 독일의 공영방송 운영방식을 참고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내부적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방송관계법 개정안조차 자유한국당의 반발로 국회 과방위 일정도 못 잡는 상황인데, 대통령이 더 큰 ‘부담’을 안겨준 셈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과방위원은 “숱한 논란 끝에 그나마 ‘차선’으로 마련한 게 현재 개정안인데 이보다 더 진전된 안을 지금부터 논의해서 (야당까지) 설득하긴 쉽지 않다”며 “대통령 제안을 무시할 수도 없어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자유한국당 소속 과방위원 8명은 성명서를 통해 “문 대통령의 말은 정권 입맛에 맞는 ‘코드 사장’이 임명될 수 있도록 방송법을 개정하라는 주문으로, 그동안 주장해온 방송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도 논평을 내어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뀌고 보니 제 입맛대로 하고 싶은데 걸림돌이 될 것 같으니까 마음이 바뀐 걸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최혜정 이정애 박준용 김남일 기자 id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