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고 이승만 정부의 독재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한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30일 공개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대학교 연구 및 교육 Model(모델) 창출’를 보면, ‘제2장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자유민주주의 나라 건설에 대한 열망”으로 평가하면서 “김구와 비교(분단 반대와 대한민국 건국)”라고 적었다. 보고서는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인 박 후보자가 2015년 2월27일 학교에 제출한 것이다. 당시는 박근혜 정부에서 8월15일 건국절 제정과 교학사 역사교과서 논란이 불거진 시기였다. 박 후보자가 ‘1948년 건국’을 언급한 것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무시한 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15일로 건국절을 기려야 한다는 뉴라이트 진영의 시각과 유사한 것이다. 이런 역사관에 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며 건국절 논란에 선을 그은 바 있다.
박 후보자는 또 보고서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알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를 만들기 위해 독재(다른 대안이 있었나?)”라며 ‘조봉암 제거 사건’을 언급했다. 이승만 정권은 강력한 경쟁자였던 조봉암 진보당 대표를 1959년 간첩으로 몰아 사형시킴으로써 ‘정치재판’에 의한 ‘사법살인’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박 후보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조국 근대화에 대한 열망”으로 평가하고 “공학적 접근법(선택과 집중), 유신과 중화학공업(5·3선언, 대중경제론과의 대립)”이라고 긍정평가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 쪽은 “보고서는 공학도로서 ‘산업 일꾼’ 양성을 주제로 한 연구용역과 관련된 것이고, 이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2명의 대통령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며 “헌법적 가치와 임시정부 법통 계승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후보자는 진화론을 부정하는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현재까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 소속인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후보자 개인적인 문제와는 또 다른 차원이어서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라며 “교문위원들끼리 이야기를 나눠봐야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의당은 날을 세웠다.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은 “업무에 대한 전문성도 기본도 없이 자리만 좇고, 심지어 역사관과 생각마저 의심스러운 폴리페서에게 중소기업벤처부를 맡길 수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박 후보자의 역사관은 문재인 정부의 철학에도 부합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도 완전히 어긋난다”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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