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8월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기중앙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뉴라이트 역사관 등의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49)가 3년 전 교수 시절, ‘극우 논객’으로 유명한 변희재씨(대한애국당 정책위의장)을 초청해 교수 간담회를 열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8일 <시비에스(CBS) 노컷뉴스>와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이 공개한 포항공대 공문을 보면 2014년 7월31일 포스코 국제관에서 학내 기술창업교육센터 주최로 청년창업 간담회가 열렸는데, 변희재씨가 참석자 명단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석자 명단에는 또 박성진 후보자 등 8명의 교수 이름이 들어있다.
이에 <노컷뉴스>는 학교관계자 취재를 통해 “애초 변씨를 강연자로 추천하고 간담회를 열자고 요청한 사람이 박 후보자”라고 보도했다. 당시 간담회를 준비한 센터 관계자는 <노컷뉴스>에 “박성진 교수님이 변희재씨를 초청하자고 센터 측에 먼저 제안하셨다. (이를 우려하는) 학내 논의들이 있었지만 결국 진행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국회에 보낸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 “간담회는 포항공대 산하의 한 기구에서 추진한 것이며, 구체적 설명을 위해서는 실명 거론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본인이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음을 양해 바란다”며 선을 그었다. 당시 간담회 저녁 자리에서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했다는 인사청문위원들의 질문에도 “사실무근이며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부인했다.
또 박 후보자는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기술창업교육센터가 주최한 간담회 당시 기계공학과 한 교수가 변희재씨를 만나고 싶어했고, 기술창업교육센터는 변희재씨가 창업 경험이 있음에 따라 초청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소벤처기업부는 “섭외 담당자는 본인이 변희재씨와 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초청을 담당했으며, 후보자와 변희재씨는 무관한 입장”이라며 “확인 없는 증언 및 보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제기된 의혹에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박 후보자는 성경의 창조론을 신봉하는 창조과학회 활동 이력과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학도로서 소시민적 삶을 살면서 역사 문제를 깊이 있게 공부하지 않았다. 부끄럽게도 대한민국 건국과 정부 수립이 다르다는 사실도 이번에야 알았다”고 자신의 ‘무지’를 탓했다. 하지만 뉴라이트 역사관을 바탕으로 ‘건국절’ 등을 주장하며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해온 변희재씨를 직접 강연해 초청했다면 앞서 해명이 ‘거짓’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오는 11일 열린다.
포항공대 ‘청년 창업 간담회’ 공문.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 제공
포항공대 ‘청년 창업 간담회’ 공문.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 제공
한편, 변희재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포항공대 행정과에 제 대학후배가 있어 초청을 받아 가서 청년 창업 강연을 했고, 공대 교수 수십여명이 함께 했는데, 거기에 박성진(후보자)이 있었는지 어떻게 알고 그 당시 대화 내용을 어떻게 기억하냐”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 강연 들으면 문재인 정권 장관 자리 못 하라는 법도 있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변희재씨는 지난달 30일 창당한 대한애국당의 정책위원회 의장에 임명돼 활동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에서 친박근혜계 핵심이었던 조원진(3선·대구 달서병) 의원이 주도하는 대한애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 석방과 명예회복을 주장하며 서명운동 등을 진행 중이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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