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장외투쟁을 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릴레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정기국회를 보이콧한 자유한국당이 주말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대규모 정부 규탄 집회를 연다. 5만명 참여를 목표로 한 이 집회를 위해 전국 253개 당원협의회에는 버스로 사람을 실어오라는 동원령이 떨어졌다. 자유한국당 안에서는 “원외 인사인 홍준표 대표의 ‘나는 자연인이다’식 행보에 현역 의원 106명이 끌려다니며 국회 복귀 시점을 놓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8일 오전 국회 본관 중앙홀에 확성기까지 설치한 뒤 홍준표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돌아가며
정권 규탄 자유발언을 했다. 앞서 홍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9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근처에서 열리는 ‘문재인 정권의 5천만 핵 인질·공영방송 장악 국민보고대회’에 “많이 참석해달라”고 독려했다. 이를 위해 “당협별로 버스 5대 규모 인원을 동원”하라는 할당 지시가 내려졌다. 당에서는 당협별 참가자 수를 일일이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서 열린 ‘보이스 오브 자유한국 릴레이 발언대’ 행사에 참석해 북핵대책 즉각 강구 등을 요구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장외투쟁 피로감이 쌓이면서 당내에서는 주말 집회를 기점 삼아 국회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규모 집회에서 확인한 국민과 당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국회로 들어가 원내투쟁을 하겠다’는 식으로 복귀 명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는 11~14일 진행되는 대정부질문은 야당이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를 따질 수 있는 기회다. 대정부질문을 준비했던 한 의원은 “어차피 당도 안보 관련 상임위에는 참여하고 있으니, 최소한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는 참여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반면 당내에서는 “홍 대표가 이번 집회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전국 순회 집회로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주말 오후에 강남 한복판에 버스로 사람을 실어나르면 그 혼잡이 어떻겠느냐”며 여론의 후폭풍을 걱정하면서도 “복귀 시점을 생각해야 하는데 대규모 집회를 하고 바로 정기국회 복귀를 선언하는 것은 모양새가 우습다”고 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대정부질문 기간인 오는 13일 이철우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방미단을 미국에 보내 ‘전술핵 재배치’를 미 의회 등에 직접 요청하기로 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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