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현충원 고 김영삼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가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에 관여한 구체적인 정황을 담은 문건이 24일 추가로 확인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기관을 동원한 각종 정치개입을 보고받거나 지시했는지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국가정보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공작에도 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개입한 의혹이 드러난 바 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사이버사령부 관련 비에이치(BH) 협조 회의 결과’ 문건에는 댓글공작 활동을 벌인 것으로 조사된 사이버사 군무원을 증원하는 일에 대해 “대통령께서 두차례 지시하신 사항”이라고 강조돼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사이버사의 정치개입 행위를 알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국정원이 작성한 ‘박원순 제압 문건’과 관련해 당사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에 의해 최근 고소된 상태다. 앞서 국정원 적폐청산티에프(TF)는 국정원이 ‘박원순 공격 계획’을 담은 문건을 만들고, 이에 따라 국정원 심리전단이 온·오프라인에서 ‘비판 공작’을 실시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최근 공안1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국정원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25~26일 정재홍 전 <문화방송>(MBC) ‘피디(PD)수첩’ 작가와 최승호 전 피디 등 블랙리스트에 등장하는 ‘피해자’들을 조사한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이 작성했다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방송인 김미화씨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민형사상 고소를 하겠다고 밝히는 등 피해자들의 ‘엠비(MB) 줄고소’도 예상된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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