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왼쪽),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의 지난 27일 만찬 회동으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여·야·정 협의체 구성이 탄력을 받을지 관심이 모인다. 회동에 불참한 자유한국당이 “보여주기식 협치”라며 강하게 비토하고 있고 회동에 참여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서도 여야정 협의체 구성 방식을 놓고 이견이 나오고 있어 논의를 숙성시키는 데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정 협의체 구성의 첫번째 관문은 자유한국당의 참여 여부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 만찬을 “알맹이 없는 말의 성찬”이라고 폄하하면서도, 여야정 협의체에서 ‘자유한국당 패싱’이 현실화할까 민감해하는 분위기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당은 대화 자체를 거부한 적이 없다. 책임 전가와 ‘쇼통’이 아닌 진정성 있는 협치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여당의 속내도 복잡하다. 명분을 고려하면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5당의 여야정 협의체를 꾸리는 게 목표지만, 일단은 ‘개문발차’라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협치의 틀에서 보면 여야정 협의체가 꼭 필요하다. 합의가 되면 4당만이라도 협의체를 가동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동시에 자유한국당에 동참을 요구하는 ‘압박’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우 원내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입법·예산전쟁이 시작되는 11월까진 아직 시간이 있다”며 “어떤 틀이 가장 이상적인지는 그때까지 논의하고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여야정 협의체를 주도하는 방식을 놓고도 야권은 껄끄러움을 표시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날 여야정 협의체 구성 합의와 관련해 “원론적인 수준”이라며 “청와대가 중심이 돼 여야정 협의체를 만드는 것에 (야당의) 반대가 많아서 합의되지 못하고 다시 국회로 돌려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국회가 주도하는 여야정 협의체를 강조하고 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겸 대표권한대행도 통화에서 “외교·안보에 대해 청와대와 국회가 이야기할 필요가 있으면 이번 회동처럼 필요할 때마다 만남을 가지면 된다”며 국회 주도의 협의체를 강조했다. 전날 회동 뒤 브리핑에선 청와대 중심의 외교·안보 협의체와, 국회 중심으로 협의체를 꾸려 국무총리와 현안을 다루는 ‘투트랙’ 방식에 여야가 상당한 합의를 이룬 걸로 발표됐지만 야당 지도부가 전적으로 동의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정의당의 참여 여부도 딜레마다. 청와대는 5당을 모두 포함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자유한국당은 모두 완강하게 ‘교섭단체 중심’의 여야정 협의체를 고집하고 있다. 정의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 보수 야당들을 설득할 계획이지만 퇴짜 맞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의당을 배제하고 갈 수 없지만, 이제 칼자루는 청와대가 아닌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교섭단체들에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김남일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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