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명박(MB)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김두우 전 수석이 29일 “적폐청산을 하겠다면서 까발리는 내용은 몽땅 엠비(MB)대통령 시절의 것이다. 이쯤 되면 적폐청산의 타깃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고 불편한 심경을 비췄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행위에 관여한 정황이 최근 속속 드러나며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 대한 반응이다.
김 전 수석은 이날 <시비에스(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몇 달간 벌어진 일을 보면 참 묘하다, 희한하다. 이런 생각이 든다. 한결같이 그 끝에는 엠비의 지시였다, 엠비에게 보고됐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지 70년인데 절묘하게 엠비 시절에만 적폐가 있었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제가 그것을 한번 물어보고 싶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적폐가 없었나. 디제이(DJ·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어땠나”라고 반문했다.
이는 전날인 28일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일어나는 퇴행적 시도는 결국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글을 올린 것과 궤를 같이한다. 이는 ‘적폐청산=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을 꺼내 들어, 검찰 수사를 정쟁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수석은 “(적폐청산이)정치보복이라고 할까, 한풀이라고 할까 그런 부분이 있다”며 “우리 정치사에서 이런 시도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은 첫번째 목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감정적인 앙금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이며 “두 번째는 보수궤멸이다. 보수세력의 대통령 두 분 가운데 한 분은 탄핵을 당한 뒤 수감됐고, 남은 대통령이 한 분이다. (이 전 대통령을) 흠집 내면 보수는 끝장난다고 보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에서 나오라고 하면 이 전 대통령이 나올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건 그때 두고 보자. 그 부분에 대해서 당신께서(이 전 대통령이) 생각이 있으시지 않겠냐”고 답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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