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현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누자 그의 측근들이 공세적으로 반박에 나서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기관의 정치개입과 사찰 등 불법행위가 속속 드러나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가능성이 커지자, 더 적극적인 방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김두우 전 수석은 29일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적폐청산을 하겠다면서 까발리는 내용은 몽땅 엠비(MB) 대통령 시절이다. 이쯤 되면 적폐청산의 타깃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정치보복이라고 할까, 한풀이라고 할까 그런 부분이 있다”고 정치적 의도를 의심했다.
그는 현 정권이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이유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감정적인 앙금이 있어서 그런 거”라며 “두번째는 보수 궤멸이다. (엠비를) 흠집 내면 보수는 끝장난다고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수석의 공개 발언은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으로부터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이 전 대통령 밑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정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보복의 헌 칼을 휘두르는 망나니 굿판을 중단하라”고 적어 논란을 빚었다. 이 전 대통령 시절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불법행위가 이 전 대통령에게 파장이 미치지 않도록 현 정권의 적폐청산 작업을 ‘감정 섞인 정치보복’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이 전 대통령을 겨누는 것은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며 적폐청산 작업을 노무현 정부 시절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노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달러 뇌물수수’ 혐의를 거듭 주장하며 “(노 전 대통령 일가를) 뇌물공범으로 수사하고, (불법 수수한 뇌물도) 환수해야 한다. 권양숙 여사 고발도 검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시절 국정원 심리전 활동의 피해자였던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CPBC) 라디오에 나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결국에는 법정 앞에 서리라고 본다”며 철저한 수사를 강조했다. 한때 이 전 대통령 측근이었다가 정치적으로 결별한 정두언 전 의원도 <시비에스> 라디오에 출연해 국정원의 사찰 대상(블랙리스트)과 관련해 “엠비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 안 나올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과 관련해 김두우 전 수석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 전 대통령) 생각이 있지 않겠나”라고만 말했다.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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