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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자유한국당, 노 전 대통령 의혹 고발…수사도 못할 사안 ‘무리한 정쟁화’

등록 2017-10-16 22:40수정 2017-10-17 10:08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불능
‘민간인’ 가족 처벌 법 조항 없어
‘권양숙 여사 100만달러’는 시효지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기관이 저지른 불법 행위 규명 노력을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면서 맞불 차원에서 만든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김성태)의 첫 작품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사실상 수사가 끝난 ‘640만달러 수수 의혹’ 고발이었다. 당시 야권이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최대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한 사건을, ‘당사자들’이 8년 만에 다시 후벼파겠다는 것이다. 사건 내용을 잘 아는 법조계 내부에선 공소시효와 법리 등을 따져볼 때 검찰이 각하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쟁을 위한 무리한 고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3일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장남 건호씨, 딸 정연씨, 조카사위 연철호씨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장제원 특위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 서거로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지만, 노 전 대통령도 뇌물수수를 시인했다. 즉각적인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위 소속 여상규 의원은 16일 “권 여사가 받은 100만달러는 공소시효가 살아 있다. 한 사람으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뇌물을 받으면 마지막 받은 하나(뇌물)만 공소시효가 남아 있어도 전체 (뇌물의) 공소시효가 남는다”는 ‘포괄일죄’를 주장했다.

2009년 당시 검찰은 △100만달러(2007년 6월 박연차→권양숙) △40만달러(2007년 9월 박연차→노정연) △500만달러(2008년 2월 박연차→연철호·노건호)가 건네졌고, 이 가운데 100만달러는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요구”했고, 500만달러는 “대통령을 보고 줬다”는 박 회장의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쪽은 “재임 시절에는 그런 사실을 몰랐으며, 퇴임 이후에 알았다”고 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도 당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재수사 가능성은 낮다. 100만달러와 40만달러는 이미 공소시효 10년이 지났다. 2007년 12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관련 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늘었지만, 돈을 받은 시점의 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돈 받은 사람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자유한국당 주장처럼 포괄일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2008년 2월에 받았다는 500만달러는 공소시효가 2023년까지 적용될 수 있지만, 이 역시 각하 가능성이 높다. 남은 가족들에게 노 전 대통령 뇌물수수의 공범 또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려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사건에서처럼 공무원인 대통령의 ‘역할’이 드러나야 하는데, 개입 사실을 줄곧 부인하던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민간인인 가족들이 직접 박 회장에게 돈을 요구했다면 처벌할 조항 자체가 없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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