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민주당 의원 지적
청와대가 빨간펜으로 쓱쓱 바꾼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규정 위반에도 그대로 추진
법제처 “사후심사 대상 아니다”
청와대가 빨간펜으로 쓱쓱 바꾼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규정 위반에도 그대로 추진
법제처 “사후심사 대상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수습 실패 책임을 피하기 위해 재난 컨트롤타워를 국가안보실에서 안전행정부로 바꾸는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위법하게 변경하는 과정에서 법제처가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제처로부터 제출받아 17일 공개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사후처리 내역’을 보면, 법제처는 2014년 8월6일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바뀐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접수한 뒤 수정했다. 법제처 소관 법령인 ‘법제업무 운영규정’ 25조3항은 “법제처장은 법령에 저촉되는 사항 또는 불합리한 사항을 정한 훈령이 있는 경우에는 심사의견을 작성해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의 규정 위반을 지적하는 심사의견을 제출했어야 할 법제처가 청와대 지시대로 훈령을 수정했을 뿐 사후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성호 의원은 “청와대의 불법 훈령 조작에 있어 법제처는 사실상의 공범일 수밖에 없다. 당시 청와대의 훈련 변경을 묵인한 당시 책임자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훈령을 바꾸면서 사전에 법제처의 심사를 거치지 않은 것도 규정 위반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해당 훈령은 훈령번호도 부여받지 못한 ‘유령훈령’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이에 대해 법제처 관계자는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은 대통령훈령으로 ‘법제업무 운영규정’ 제23조에 따른 발령 전 사전심사 대상이므로 사후심사 대상이 아니고, 또 대외비로 관리돼 법제정보시스템에 등재할 수 없는 규정이므로 ‘법제업무 운영규정’ 25조3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앞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2일 ‘2014년 7월 말 김관진 안보실장의 지시로 국가 위기관리 지침이 불법 변경됐다”며 빨간 볼펜으로 원본에 줄을 긋고 손으로 수정한 지침을 전 부처에 통보한 사실을 공개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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