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가 발언하는 동안 눈을 감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회 운영위원장 시절 특수활동비 유용 의혹이 재차 불거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야당 원내대표에게도 줬다”고 주장한 지 나흘 만에 “기억의 착오”라며 또 말을 바꿨다.
베트남을 방문 중인 홍 대표는 21일 페이스북에 “당시 일부 야당 원내대표가 (특활비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 부분은 내 기억의 착오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홍 대표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2008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하며 다달이 4000여만원의 특활비를 받았다며, 일부 사용처로 “야당 원내대표들에게 국회 운영비용으로 일정 금액을 매월 보조했다”고 썼다. 하지만 당시 통합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원혜영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어떠한 항목으로도 홍준표 운영위원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 납득할 만한 해명과 사과가 없으면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반발하자 하루 만에 발을 뺀 것이다. 홍 대표는 애초에 “기억의 착오”라고 적었다가 “내 기억의 착오”라고 수정하기도 했다. 이에 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주어도 없이 ‘기억의 착오’ 운운하며 애매하게 본질을 흐리는가 싶더니 나중에 가서야 ‘내 기억의 착오’라고 수정했더군요”라며 “평소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한 이가 유독 이 일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근거 없는 언행을 삼가고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원 의원은 “정치인의 생명은 말에 있고 그 말에는 진실의 무게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당시 통합민주당의 국회 운영위 간사였던 서갑원 전 의원도 “홍준표 대표는 거짓 해명을 중단하고 진실을 고백하라”고 촉구했다. 서 전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내어 “본인은 당시 제1야당의 원내수석부대표이자 국회 운영위 야당 간사로서 홍준표 (운영)위원장으로부터 단돈 10원도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며 “홍 대표는 본인의 국회 특수활동비 유용 의혹과 관련하여 거짓으로 거짓을 덮으려는 어리석은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대표의 국회 특활비 유용 의혹은 홍 대표 본인의 ‘입’이 발단이었다. 그는 2015년 5월 성완종 리스트 검찰 수사 당시 ‘2011년 한나라당 경선 기탁금 1억2000만원’의 출처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준 1억원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자, “운영위원장 특활비 중 쓰고 남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벗으려다 특활비 유용 의혹을 자초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경선 기탁금 출처는 특활비가 아닌 월급”(18일 페이스북)이라며 다시 말을 바꾼 상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