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정우택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강창광 기자
오는 12일 치러지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 구도가 ‘친홍-친박-중립’ 3자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유권자인 116명 의원의 표심도 분분하다.
‘친홍준표’도 ‘친박근혜’도 아닌 중립지대를 선언한 이주영(5선)·한선교(4선)·조경태(4선) 의원은 4일 2차 회동을 하고 “중립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지난 1일 1차 회동 뒤 원내대표 불출마를 선언했던 나경원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로 인해 당이 다시 계파 갈등과 분열의 길로 가서는 안 된다. 계파로부터 자유로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보수통합의 기초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오는 6일 이·한·조 의원이 참여한 토론회를 연 뒤 그날 오후부터 7일까지 이틀간 여론조사를 진행해 단일후보를 정하기로 했다. 7일 오후에 이·한·조 의원 가운데 단일후보를 확정해 발표한다. 여론조사 대상과 관련해 나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책임당원 명부는 당에서 협조해 준 적이 없다고 한다. 차선책으로 작년 단일화 전례를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계 이정현 의원에 맞서 비박계 당권 주자로 나섰던 정병국·주호영·김용태 의원은 당원과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주 의원으로 단일화한 바 있다.
애초 홍준표 대표와 김무성 의원의 지원을 받는 김성태(3선) 의원의 무난한 선출이 예상됐지만, 홍 대표가 계파를 가리지 않고 쏟아낸 ‘막말’이 의원들의 표심을 흔들고 중립후보 단일화가 부상하면서 판세는 오리무중 상태다. 친박계에선 홍문종(4선) 의원이 출마선언 준비를 하고 있다.
당내 선거 경험이 많은 티케이(대구·경북) 지역의 한 의원은 “현실 정치에서 ‘제3지대’는 현실성이 없지만 이번 원내대표 선거 국면에서만큼은 3지대 또는 중립지대 세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 지속은 어렵더라도 친홍과 친박을 싫어하는 의원들이 원내대표 선거 국면에서 이심전심으로 단기 규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친홍, 친박, 중립지대 후보 3명이 출마하면 결선투표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수도권의 한 의원도 “김성태 의원 쪽은 50표 정도를 확보했다고 말하는데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 ‘홍준표 미워’ 표심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당 관계자는 “홍준표·김무성 두 사람의 지원을 받고도 김성태 의원이 1차 투표에서 끝내지 못한다면 의원들에게 ‘약하다’는 느낌을 주게 되고, 결선투표에서 반대쪽으로 표가 쏠릴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홍 대표 쪽은 “중립지대는 결국 미풍에 그칠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김성태 의원은 5일 오전 10시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하는 등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 지난달 29일부터 ‘묵언 수행’에 들어간 홍 대표도 같은 시간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이 주최하는 관훈토론회에 나선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