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 의장이 4일 여야 예산 합의 뒤 밤에 올린 페이스북 글 내용.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 의장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늘려주지 않으면 여야의 예산 합의를 “통째로 깨버리겠다”고 기획재정부 국장을 압박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지역구 예산 확보를 위해 원내 지도부의 지위를 ‘압박용’으로 사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정책위 의장은 4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밤 순창과 임실의 50년 묵은 숙제를 풀기 위해 기재부와 담판을 벌이고 있습니다. 순창 밤재 터널과 임실 옥정호 수변도로…. 부디 제게 힘을 주세요”라고 글을 올렸다. 그는 곧 이어 댓글로 “기재부 담당 예산 국장이 힘들다고 고개를 흔들길래, 제가 그렇다면 예산 합의를 통째로 깨버리겠다고 압박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여야 지도부가 2018년 예산안에 대해 법정 시한을 넘겨 극적 타결을 이뤘는데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기재부 담당 국장을 만나 이를 “깨버리겠다”고 언급하며 자신의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려 했다고 밝힌 것이다. 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이 지역구인 이 정책위 의장은 김동철 원내대표와 함께 국민의당의 협상 당사자였다. 국민의당은 이번 예산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하며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의 전남 무안공항 경유 등 각종 지역 예산을 챙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정책위 의장은 밤재 터널 예산에 대해 “기재부가 장기도로 계획에 포함이 안 돼있고 비용 대비 타당성이 안 나온다고 완강히 버티고 있다”며 “요건이 안 되니까 부탁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왜 내가 이런 밤에 당신에게 부탁하겠느냐고 응수했다”고 밝혔다. 옥정호 수변도로 예산에 대해서는 “엊그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3당 원내대표, 정책위 의장 회동에서 정 의장님께 일갈했다. 의장께서 임실 옥정호 수변도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서울로 오는 바람에 내가 힘들다(고 했다)”며 “기재부는 수변도로가 지방도로여서 불가능하다고 버티고 있다. 힘이 부친다”고 밝혔다. 실제 이 정책위 의장이 글을 올린 뒤 새벽까지 이어진 국회 예산결산특위 소소위 막판 협상 과정에서 ‘옥정호 예산’은 일부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정책위 의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옥정호 예산은 50년 된 지역 숙원 사업으로 27억원의 예산을 올렸지만 2억원밖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여야 지도부 협상은 협상대로 했고 지역구 예산은 마지막에 좀 부탁했는데 성과를 크게 못 얻었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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