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국회 본회의 통과 1주년(12월9일)을 앞둔 8일, 당시 제1야당 원내대표였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더미래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박근혜 국회 탄핵의 정치사적 의미와 한국정치의 시대적 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역설적이게도 민주적인 절차를 가장 크게 어긴 대통령을 민주화 30년을 맞이하는 시점에 민주적인 헌법 절차에 의거해 심판한 역사적 성격을 갖는다.”
지난해 12월9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 1주년을 맞아, 8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과 더미래연구소가 공동주최한 ‘박근혜 국회 탄핵의 정치사적 의미와 한국정치의 시대적 과제’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이같이 말했다. 더미래연구소와 우상호 의원은 탄핵 과정에서 정치권에서 벌어졌던 일을 기록한 <탄핵, 100일간의 기록> 백서를 토론회 현장에서 배포했다. 이 백서에 대해 당시 민주당 원대사령탑으로 탄핵국면을 이끌어간 우상호 의원은 “책의 표지를 검은색으로 했는데 탄핵을 앞뒀던 대한민국의 암흑같던 상황을 상징하고 뒷 표지에는 주먹으로 촛불을 움켜쥐고 있는데 하얀색 불빛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지난 1년을 상징하는 책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은 토론회의 취지에 대해 “우상호 의원은 30년 전 거리항쟁의 주역이었는데 30년이 지난 뒤 의회에서 탄핵의 주역이 된 세계사에서 별 유례가 없는 케이스인데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분명히 박 전 대통령 탄핵의 주역은 촛불 든 국민이었다. 그와 동시에 탄핵 과정에서 대의 기관인 국회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정확히 짚어야만 민주주의를 제도적 틀에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취지에서 이번 토론회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지난해 촛불집회와 현재의 9차개정 헌법을 만든 1987년 6월항쟁을 비교하며 촛불집회의 의미를 짚었다. 이준한 교수는 “2016년 촛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위헌성을 처벌하고 헌법정신 수호를 지향했다면, 1987년 6월 항쟁은 대통령 간선제의 비민주성을 고치고자 직선제로 개헌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고 했다. 김기식 소장은 “87년 6월항쟁을 통해 지금의 헌법을 만들어냈지만 독재정권을 완전히 물리치지 못한 미완으로 끝났다”면서도 “그러나 그 헌법에 근거해서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하게 돼 87년 6월항쟁의 이뤄내지못한 혁명을 30년만에 완성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소장은 이어 “87년 6월항쟁은 항쟁과 이한열 열사 장례식까지 이어진 거리항쟁과 그 뒤에 의회에서 제도적 개헌 이뤄지는 과정이 시기적으로 구분된다. 반면, 이번 탄핵과정은 의회와 거리에서의 항쟁 과정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동시에 진행됐다는 점에서 87년 6월항쟁과 또다른 의미가 있다”고 했다.
향후 과제들에 대해서도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됐다. 이준한 교수는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철저하게 작동하고 대통령의 입법권·예산권·인사권을 대폭 축소하고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 개인·언론·기업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탄핵을 이끈 촛불집회에서 분출한 요구가 정당과 정부에서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특히 여소야대 국회 의석 구조에서 촛불시민혁명의 요구가 좌절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증가하고 있다”며 “시민혁명이 성공하는 순간은 시민혁명이 멈추는 딜레마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시민혁명 딜레마 해결을 위해 “적폐청산과 훼손된 법치주의 원칙을 지키고,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 촛불시민혁명 제도화를 위해 국민 기본권과 의회 권력을 강화하는 개헌이 필요하고, 대중의 다양한 정치적 요구가 효과적으로 표출될 수 있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나 스웨덴식 대선거구제 등 선거제도 개혁도 시급하다”고 했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적폐청산은 제도개혁으로 마무리해야하는데 제도개혁은 헌법과 법률을 고치는 것”이라며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제도개혁을 할 수 없다. 그 정치적 책임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져야한다”고 했다. 성 선임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은 새정부가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민주당 정부’가 돼야한다고 여러차례 약속한바 있다”며 “민주당 정부가 되려면 당대표·원내대표·정책위의장에게 대통령의 권한을 나눠주는 등 정책결정 권한을 실질적으로 민주당에 부여해 당정협의에서 주요 정책을 거의 다 결정하도록 하고 청와대는 뒤로 물러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동민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화할 개헌 논의에서 정치제도 문제를 포함해 지방분권형 개헌, 생명·인권 존중, 환경권 등 다양한 사회권 보장 등 87년 헌법제체가 드러낸 한계를 보완하고 사회적 변화를 보듬을 수 있는 새로운 헌법질서를 만들어내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했다. 촛불집회를 현장에서 준비했던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민생문제가 해결되고 민생민주주의, 복지국가를 실현할 때까지 촛불시민혁명은 계속돼야한다”고 했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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