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안을 제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당 대표 직위와 권한을 모두 걸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전 당원 의견을 묻고자 한다. 통합에 대한 찬반으로 당 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부와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연계해 배수진을 친 것이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밝힌 뒤, “통합에 대한 당원의 찬성이 확인되면 신속하게 통합 절차를 밟겠다. 신속한 통합작업 후 새로운 당의 성공과 새로운 인물 수혈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당원투표에서 통합 반대가 많은 경우엔 “대표직을 사퇴함은 물론 그 어떤 것이라도 하겠다”고 공언했다.
안 대표가 이런 ‘승부수’를 던진 것은 지난 19일까지 전국 주요 지역 당원 간담회를 진행한 결과, 원외 인사와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통합 찬성 여론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내가 만난 당원·지지자의 목소리들은 지금까지의 울타리를 과감히 뛰어넘어 중도개혁 세력을 결집하고 새로운 도전의 길로 나가라는 명령이었다”며 “이제는 당내 혼란을 조속히 정리하고 마음을 모아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한 측근 의원은 “안 대표가 전국 순회 간담회를 마무리하는 직후인 20일께 전당원투표 제안을 계획하고 있었다. 당원들 사이에 통합 찬성이 높지 않았다면 안 대표도 통합을 포기했을 것”이라며 투표 결과도 자신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안 대표는 당내 반발과 관계없이 통합 추진 의지도 분명히 했다. 안 대표의 회견은 이날 오후 통합 반대파의 요청으로 소집된 의원총회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는 “당이 미래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정치 이득에 매달리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거취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며 일부 의원들의 탈당 등 ‘대오 이탈’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통합 반대에 앞장섰던 호남 중진의원들을 겨냥해 “일부 중진은 근거를 알 수 없는 호남 여론을 앞세워 통합 반대, 대표 재신임을 요구했다. 당원과 지지자들의 절박한 뜻을 왜곡하는 행위”라고 비판했고, “우리 당이 구태정치와 결별하고 통합의 길, 미래의 길로 갈 수 있도록 국민의 관심, 당원의 지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통합 반대 의원들을 ‘구태정치’로 규정한 셈이다.
안 대표 쪽은 ‘12월31일까지 전당원투표 완료-1월 전당대회 통합 의결’을 목표로 잡고 있다. 안 대표는 21일 오후에 전당원투표 안건을 의결하는 당무위원회를 연 뒤, 해당 안건이 통과하면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온라인 투표 시스템’(K-보팅) 등을 활용해 전당원투표를 진행해 31일 결과를 발표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찬성이 많이 나오면 1월 중에 전당대회를 열어 통합을 의결하겠다는 게 안 대표 쪽 구상이다. 안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당무위가 통합에 우호적인 원외 인사가 많아 안건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며 “모든 통합 절차를 1월까지 마무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통합 반대파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전당원투표-전당대회’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들은 이날 의총에서 “국민의당 당헌·당규상 합당은 전당대회 의결사항이다. 전당원투표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당원투표 저지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안 대표가 통합 찬반과 대표 재신임을 연계하면서, 당원 여론조사에 불과한 전당원투표가 전당대회보다 더 중요한 통합 결정 수단이 됐다며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천정배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부스러기와 합치는 것뿐 아니라 적폐세력의 빅텐트(통합)로 투항하는 것은 우리의 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당 내부에선 전당원투표를 거쳐 전당대회까지 진행될 경우 전대 의결을 막는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 안 대표가 사실상 호남 중진의원들에게 거취 판단을 요구하고, 호남 의원들은 “안 대표는 사퇴하고, 탈당해서 합당을 추진하라”고 맞서면서 양쪽이 ‘결별 수순’으로 치달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양쪽이 서로 거취 표명을 요청하는 만큼, 당분간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를 이어가며 당 안팎 여론전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당과의 통합 상대인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 내부가 통합 찬반에 대해 어떤 방향을 잡는지 지켜본 뒤 (내 입장을) 말하겠다”고 밝혔다.
송호진 김규남 기자
dmz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