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송경화의 올망졸망
‘창당 멤버’ 호남 출신 공보실장 “연말 계약 만료”
‘안철수 라인’ 당직자는 ‘계약 연장’ 추진되자
“바른정당 통합 대비 호남파 정리냐” 당 뒤숭숭
안 대표, 바른정당 행사선 “수도권 중심 정당” 강조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해 전당원투표를 시작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원외위원장협의회 초청간담회'에 참석해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혹시 소문 들었어? 정현이형….”, “어제 총장이 이제 나오지 말라 했다데.”
어제(27일) 오전부터 국민의당 공보실은 ‘뒤숭숭’했습니다. 각 당에는 보도자료를 생성하고 기자들을 상대하는 공보실 또는 대변인실의 조직이 있는데요. 국민의당의 공보실을 총괄하는 김정현 공보실장이 전날 당 사무총장인 김관영 의원으로부터 “올 연말에 만료되는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바로 다음날인 27일부터 그는 출근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인을 국회 본청 공보실에 보내 남은 짐을 챙겨갔다고 합니다. 정치권에서 ‘당직자’는 원래 불안한 직업으로 여겨집니다. 비정규직인 경우가 적잖고 계약 기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정현 공보실장의 경우 2016년 2월 국민의당 창당부터 시작해서 그해 4·13 총선, 지난 5월 대선까지 현장을 챙긴 ‘터줏대감’ 같은 존재라 당직자들 사이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창당 시절 당 조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을 때 그가 사비를 들여 공보실을 운영했다는 얘기는 당내 ‘전설’처럼 전해집니다.
대변인, 부대변인을 비롯해 주요 당직자들은 대개 ‘누구의 라인’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되는데요. 민주당, 민주통합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의 부대변인을 거친 김 ‘전’ 실장은 국민의당 안에선 박지원계로 분류됩니다. 그는 호남 출신입니다. 정무직으로 ‘월급’ 없이 일하던 그를 지난 3월 박지원 당시 당 대표가 당에서 급여를 받는 실장으로 임명하며 대선을 치르게 했습니다. 그는 이번에 ‘계약 만료’를 통보받은 반면, 그와 함께 이달 말 계약 만료가 도래했던 다른 당직자 한 명은 계약이 연장되는 쪽으로 현재 당내 논의가 진행중입니다. 그는 안철수 대표의 부인 김미경 교수를 수행하는 등 당내에서 공히 ‘안철수 라인’으로 불리는 당직자입니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비한 당내 조직 정비가 시작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인데요. 당직자들 사이에서 “호남 라인부터 우선 정리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며 벌써부터 분위기가 ‘뒤숭숭’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안철수계’ 김철근 대변인은 “김정현 공보실장은 계약이 끝났고 쇄신 차원에서 만료된 것인데 (계약 연장이 추진되는 ‘안철수계' 당직자와) 하필 대비되는 식으로 보여진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요근래 안철수 대표의 발언들도 당내 이런 분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는데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정치 생명을 건 안 대표는 “지역주의 타파”와 함께 “수도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지역을 돌며 그는 “바른정당이 ‘영남당'이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바른정당 구성원의 지역구를 보면 7명이 수도권, 1명이 전북, 3명이 영남이라 지금은 ‘수도권 정당'”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어제(27일)는 아예 “수도권 중심의 젊은 정당”이라는 표현을 내놨습니다. 바른정당 원외지역위원장 협의회가 주최한 안 대표 초청 대화에서 한 말인데요. 기자들이 빠지고 ‘비공개’로 행사가 전환된 뒤 안 대표는 통합정당의 비전에 대해 이리 표현했다고 합니다. 한 참석자는 “대선때 유승민 후보가 수도권에서 젊은층에 16%의 지지를 받고 자신(안철수)은 18%를 받았다며 통합당의 지지기반은 ‘젊은층 수도권 중심’이 돼야 한다고 하더라”고 전하며 “(안 대표가 그 얘기를)편안하고 명쾌하고 자신있게 말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호남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김철근 대변인은 “바른정당 인사들을 만나는 자리인 만큼 (해당 발언엔) 환심을 사기 위한 제스처가 들어간 측면이 있다”며 “안 대표의 확고한 뜻은 호남을 기반으로 전국적으로 지지를 확대하면서 특히 수도권의 지지를 받는 젊은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고 강조했습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발언들은 그를 지지하는 ‘통합 찬성파’ 의원들의 구상과 그대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들은 통합 뒤 안 대표와 함께 바른정당 유승민, 김세연, 하태경 의원 등이 부각되면서 새로운 리더십이 형성되고 당의 이미지가 바뀌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박정천(박지원·정동영·천정배) 등 호남 중진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겁니다. 찬성파의 한 의원은 “지금까지 국민의당에서 이상하게 잘못된 게 원로들 목소리가 너무 커져버린 점이다. 실제와 달리 마치 늙은 정당처럼 돼버렸다. 하지만 통합이 끝나면 더 이상은 그런 분위기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어디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같은 사람이 가만히 있겠냐? 그 전처럼 국민의당 초선 의원들이 박지원 의원이 뭐라 하면 꼼짝 못하는 분위기가 안 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반대파에서는 이러다 결국 호남 민심도 놓친다고 봅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 결국 2등도 아닌 3등을 한 건 호남에서 제대로 된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정현 실장이 출근을 ‘멈춘’ 어제는 ‘통합 찬반’ 전당원투표가 시작된 날이었습니다. 이를 맞아 안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미리 준비한 모두발언에서 그는 “낡은 양당대립구도”, “기득권 정치의 청산”, “젊은 개혁정당의 출현” 등 많은 표현들을 내놨습니다. 그가 10여분간 읽은 원고에는 ‘호남’이라는 단어가 딱 두 번 등장했는데요. “호남 민심을 들어 통합을 반대하는 분들께 묻고 싶다. 일반 여론조사보다 훨씬 높은 50% 이상의 호남 당원이 계신 전당원투표를 하는데 무엇이 두렵냐”였습니다. 그는 ‘반대파 설득이 안 되고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위 언급을 반복하며 “서로간 어떤 주장을 하려면 사실에 근거해야지 않냐. (투표 결과가 나온 뒤) 사실이 확인되면 그 다음부터는 훨씬 더 설득하고 간극을 좁히는 게 용이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그는 바른정당 행사에 가서 “수도권 중심의 젊은 정당”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반대파는 투표 자체가 무효라며 ‘보이콧’ 중입니다. 어찌됐든 안 대표 쪽은 31일 그 결과를 발표한 뒤 새해부터 통합 작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입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정치BAR 페이스북 바로가기◎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