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안철수 당대표 재신임 전당원 투표 결과 발표 도중 한 반대파 당원(가운데팔 뻗은 이)이 회견장을 난입해 항의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민의당 전당원투표에서 74.6%가 안철수 대표의 재신임과 연계한 바른정당 통합에 찬성했다. 안 대표는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통합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으나, 통합 반대파 의원들은 ‘보수야합 중단, 안 대표 퇴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국민의당 선거관리위원장인 이동섭 의원은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재신임 찬성은 총 투표수 5만9911표 중 4만4706표로 74.6%, 재신임 반대는 25.4%(1만5205표)”라며 “(찬성이 과반을 넘겨)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과 관련한 안 대표 재신임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전당원투표는 온라인 투표(K-voting·27~28일)와 전화 투표(ARS·29~30일)로 진행됐다. 전체 당원 26만437명 가운데 5만9911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23%다.
안 대표는 투표 결과 발표 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당 당원 여러분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셨다”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통합의 길로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의미의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를 새해 사자성어로 택했을 만큼 개혁을 위해 당을 키우고 전진해나갈 것”이라며 “합리적 진보가 추구하는 개혁, 새로워지려 노력하는 보수가 함께하는 범개혁정당을 만들어보겠다”고 통합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투표율이 낮아 당심이 충실히 반영된 결과가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 “그렇게 따지면 지난 1월 박지원 의원이 당대표로 당선된 전당대회 때 투표율은 19%였지만, 대표로서 역할 수행을 잘했다”며 “저도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통합 반대파들은 전당원투표에서 사실상 안 대표 불신임 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안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박지원·천정배·정동영 의원 등 통합 반대파 의원들로 꾸려진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만9911명이 투표한) 전당원투표 결과 찬성이 74.6%였고 반대가 25.4%였다. 그러면 전당원(26만437명)으로 따지면 합당을 전제로 한 안철수 대표의 신임(통합 찬성) 득표율은 (전체 당원의) 17.02%밖에 되지 않는다. (투표 결과는) 사실상 불신임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통합 반대파 의원 18명이 서명한 “보수야합 중단하고 안철수 대표는 즉각 퇴진하라”는 내용의 성명도 발표했다. 성명 발표 직후 최경환 의원은 “이런 식의 통합에 반대하는 김동철 원내대표와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주요 당직을 맡고 있어 직접 서명을 유보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39명의 의원 중 통합 반대 의원 수가 최소 20명이라는 주장이다. 양쪽의 기싸움은 합당 의결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를 앞두고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안 대표 쪽은 1월에 통합 작업을 밟고, 2월에 전대를 열 계획이지만 전당대회 의장인 이상돈 의원과 부의장인 윤영일·이용호 의원이 모두 통합 반대파에 속해 있어 전대 개최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안 대표 쪽이 체육관 소집의 전당대회 대신, 전대 안건 의결을 전자서명(투표)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당헌 조항을 통해 합당 의결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이제 구체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만 답했다. 통합 반대파인 최경환 의원은 전당대회를 막을 방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상황을 보고 있다. 전대는 의장의 안건 상정과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통합 안건이) 전당대회에서 순조롭게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바른정당의 유승민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그동안 통합 찬성과 반대 측이 대립해온 국민의당이 이번 당원투표를 계기로 통합에 관한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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