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홍준표 당 대표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른정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의 통화를 공개하며 곧 남 지사의 복당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평소 “남 지사는 자유한국당에 돌아올 수 없다”고 공언해 온 홍 대표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개적인 ‘러브콜’을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날 홍 대표가 공개한 통화 내용을 두고 홍 대표와 남 지사 간 진실 공방을 벌이면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모습도 관측됐다.
홍 대표는 11일 충북 청주시 에스컨벤션에서 열린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차를 타고 충북도당으로 내려오면서 남 지사와 거의 4년만에 처음으로 통화했다”며 남 지사에게 입당을 권유한 사실을 밝혔다. 홍 대표는 이날 발언에서 남 지사와의 대화를 그대로 옮겨 “‘탈당했다며’ ‘그렇습니다.’ ‘언제 오노’ ‘조만간 갑니다. 꼭 받아 주실꺼죠?’”하고 전한 뒤, “내가 오라고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또 한분 오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그분들은 참 빠르다. 당이 안될 것 같으면 안 온다. 당이 될 것 같으니깐 오는 것”이라며 “해불양수(海不讓水)라고 했다. 바닷물은 청탁(淸濁)을 가리지 않는다. 모든 사람을 다 받는다. 다 받아서 새롭게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는 물을 사양하지 않는다’는 해불양수는 어떤 물이든 가리지 않고 대양을 이룬다는 뜻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맥락에서 쓰이는 말이다.
이날 인사말에서 홍 대표는 누가 먼저 전화를 걸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확인 결과, 충북 청주로 내려오는 길에 홍 대표가 먼저 남 지사에게 먼저 전화를 건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홍 대표는 지난해 11월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남 지사를 향해 “절대 자유한국당에 돌아올 수 없는 인물”이라며 “그가 돌아온다고 해도 경기도지사 후보로 찍어줄 당원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또 “경기도의 자존심을 살려 줄 사람과 접촉하고 있다” “뚜껑이 열리면 크게 놀랄 것”이라고도 말했었다. 홍 대표 쪽은 당 차원의 경기도 광역지역단체장 후보 경선을 어떻게 치를 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잇지 않았으나, 남 지사가 복당한다면 현역 수성에 좀 더 힘을 실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남 지사 쪽은 자유한국당으로의 복귀는 기정사실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번 홍 대표의 ‘깜짝 발언’ 공개 및 그 내용을 두고선 부담스러워하는 기색도 감지된다. 이날 통화를 홍 대표 쪽이 먼저 걸어왔는데도, “꼭 받아주실 거죠”라고 남 지사가 홍 대표에게 말한 것처럼 통화 내용을 공개해 남 지사 쪽이 숙이고 들어간 것 처럼 해석되는 데 대한 불만이다. 실제로 홍 대표의 발언을 전해들은 남 지사 또한 다소 불쾌한 기색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지사 쪽 관계자는 “시·군별 신년인사회를 돌며 지역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작업 중이었는데, 홍 대표가 통화 사실을 갑자기 공개했다”며 “확인 결과, ‘꼭 받아주실 거죠’ 같은 발언은 없었다. 꼭 (남 지사가) 구걸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느냐”고 볼멘 소리를 했다. “혹시 ‘받아주실 거죠’라는 말은 청중을 향해 한 말이 아니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나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던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현장에 있던 의원들은 통화 내용으로, 남 지사가 홍 대표에게 한 말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경기도지사 후보에서 대안을 찾지 못한 홍 대표가 남경필 도지사의 복당을 결정한 뒤, 통화 내용을 먼저 공개하며 ‘기선 제압’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날인 9일 바른정당을 탈당한 김세연 의원이 바로 자유한국당 입당 원서를 낸 데 반해, 남 지사는 “무소속으로 오래 있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남 지사 쪽은 이날 홍 대표와의 통화에서 ‘주말쯤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홍 대표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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