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김동철 원내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둘러싼 국민의당 내부에 극에 달한 가운데 ‘중재파’ 의원들이 안철수 대표를 향해 “2·4 전당대회 전 대표직에서 ‘조기 사퇴’하지 않으면 함께 하기 어렵다”며 최후통첩을 했다.
24일 중재파로 박주선·김동철·주승용·황주홍·이용호 의원은 안 대표와 함께 면담을 갖고 “한시라도 빨리 국민의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대표가 (조기 사퇴라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달라”는 요구와 함께 “중재파는 향후 정치적 행동을 함께 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통합 찬성파로 분류되는 송기석 의원도 참석했는데 회동 뒤 이용호 의원은 “송기석 의원과 손금주 의원도 저희와 생각이 비슷한 것으로 듣고 있다”고 말했다. 황주홍 의원은 회동 뒤 “안 대표가 조기 퇴진하지 않으면 우리는 갈 수 없다고 얘기했다”며 “내가 안 대표에게 ‘(통합 쪽에 가까운 것으로 분류돼왔던) 주승용 의원이 외교적으로 완곡하게 얘기한 것 같은데, 조기 퇴진하지 않으면 주승용 의원도 합류하지 못한다는 얘기다’라고 다시 강조했더니 안 대표가 ‘저도 그렇게 알아들었다’고 답하더라”고 전했다. 황 의원은 “오전에 안 대표를 따로 만나 ‘지금 이 상황을 간단히 보지 말라. 안 대표가 광주에 가서 통합 반대파가 교섭단체를 못 만들 것이라고 얘기했던데, 중재파들조차 전체가 이동하면 그렇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중재파는 안 대표의 조기 사퇴를 통해 통합 반대파에게 창당을 멈출 ‘출구’를 열어주고 분당 사태를 막기 위해 이날 안 대표를 향한 마지막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요구대로 사퇴할 경우 중재파는 “전당대회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이용호 의원은 말했다.
하지만 안 대표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통합 반대파 정동영 의원은 박주선 의원과 면담한 뒤 “중재파가 안 대표에게 ‘금요일까지 (조기 사퇴에 대해) 대답하지 않으면 주승용 의원까지 같이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한다”고 전하며 그러나 “박주선 의원은 사퇴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안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이제 고민해보겠다고만 답했다”고 말했다.
중재파 가운데서는 통합에 원론적으로 찬성하거나 박지원 의원이 주도하는 민주평화당에 부정적인 이들이 적잖아, 안 대표가 조기 사퇴안을 실제 거부할 경우 통합 반대파에 합류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통합 반대파 의원들은 이날 ‘민주평화당’으로 신당 이름을 정하고 오는 28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반면 안 대표는 “창당을 한다면 당적을 정리하고 하는 게 떳떳하고 당당한 태도일 것이다”라며 “이번 주말까지 입장을 정리하라”고 통합 반대파에 통보한 바 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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