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안팎서 비판 목소리
한나라당이 최근 주요한 정책 쟁점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거나, 당내 의견 조율에 실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정책정당을 지향하려는 노력이 미흡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의 쌀협상 비준 동의안 표결과 관련해 당론을 정하지 않은 채 표결에 임한 어정쩡한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농민단체와 민주노동당으로부터는 “열린우리당과 ‘살농 대연정’을 했다”는 비난을 받는 한편, “무소신 정치”라는 보수진영의 비판에도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뉴라이트’(신보수) 운동 진영의 한 인사는 지난 주말 ‘뉴라이트 네트워크’ 홈페이지에 실은 칼럼을 통해 “명색이 공동체 자유주의를 지향하고,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한다는 당이 왜 이 모양인가”라며 “한나라당이 가치도, 영혼도 없이 그저 국회의원 자리에만 안주하는 ‘웰빙 정당’이라는 비판이 틀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국정감사 때부터 쟁점이 돼온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을 두고도 ‘무당론’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서병수 신임 정책위의장은 “굳이 당론을 내세워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당 소속 재정경제위원들에게 공을 넘겼다.
중앙선관위가 주요 정책 쟁점에 대한 각 정당의 의견을 취합해 비교한 ‘정당별 주요 입장’ 자료를 봐도, 한나라당만 유일하게 ‘판단 유보’로 답변한 항목이 있다. 한나라당은 ‘대통령 5년 단임제가 바뀌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권력구조 개편은 필연적으로 개헌을 수반하는 사항으로 우선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이라크 파병 연장에 대해서도 “자이툰부대의 무리한 주둔, 성급한 감축이나 철군 등 어느쪽도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헌법재판소가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에 각하 결정을 한 것을 놓고도 당 내부가 양분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는 공식 태도를 밝혔지만, 당내 수도권 의원들과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은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수도분할반대투쟁위 소속인 안상수 의원은 “박근혜 대표가 충청표를 의식해 특별법에 찬성한 것은 지도자답지 못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별법 통과 과정에서 드러났던 내부 이견이 여전히 조율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당내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적전 분열’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여러 사안에서 당의 태도가 분명하지 못한 데 대해 이계진 대변인은 “의원들의 개인 의견차가 심하거나 당 차원에서 굳이 힘을 집중할 필요가 없는 사안들”이라며 “국가보안법 개폐 등 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사안에서는 분명한 태도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현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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