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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바른미래당은 왜 화개장터에서 연을 날렸나

등록 2018-03-10 14:14수정 2018-03-10 16:11

‘호남’ 국민의당, ‘영남’ 바른정당 통합 맞아
화개장터 찾아 “동서화합” 결의…안철수는 불참
‘보수당 소속 호남 의원’ 정운천의 “꼬끼오”
유승민 먼저 자리 뜨자 호남, 비례대표만 남아
이날 발표된 정당 지지율은 6%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운데)와 주승용(왼쪽), 정운천(오른쪽) 의원이 화개장터 인근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염원하며 연을 띄운 뒤 기뻐하고 있다. 송경화 기자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운데)와 주승용(왼쪽), 정운천(오른쪽) 의원이 화개장터 인근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염원하며 연을 띄운 뒤 기뻐하고 있다. 송경화 기자
유승민·박주선 공동대표 등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9일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를 찾았다. 호남 기반 국민의당과 영남 기반 바른정당이 합해졌으니 영호남 화합의 장으로 불리는 화개장터에 모여 6·13 지방선거 대비 결의를 다지자는 것이었다. 바른정당 출신으로 전주를 지역구로 둔 정운천 의원이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통합 전부터 “화개장터 방문이 딱이다”라며 벼르고 벼르던 행사였다.

가기 전 관심을 모은 건 안철수 전 대표의 참석 여부였다. 2월13일 두 당이 통합한 뒤에도 지지율이 지지부진하자 ‘안철수 조기 등판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인재영입위원장이나 민생특위위원장을 맡든,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든 바로 다시 전면에 서서 ‘바람’을 일으키라는 당내 주문이었다. 당 일각에서는 ‘화개장터 방문’이 조기 재등판 이벤트로 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주선 공동대표가 국회 부의장 자격으로 오는 10일부터 열흘 가량 국외에 나가있는 만큼, 그 전에 서두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이날 나타나지 않았다. 화개장터에 가기 전 부산에서 기자간담회가 있었는데 유 대표에게 ‘안철수 등판’ 시점과 역할에 대해 물었다. “안 대표님에 대해서는 여러 번 입장을 얘기했지만 혹시 박 대표님 하실 말씀이라도?” 유 대표는 대답 대신 마이크를 박주선 대표에게 넘겼다. 박 대표도 “유 대표와 그 문제를 정식으로 얘기를 안 나눴는데 나눠보고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두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이후 화개장터로 이동했다. 유 대표는 개인 차량으로 움직인 반면, 박 대표는 이학재, 하태경, 지상욱, 유의동, 신용현 의원 등과 함께 대절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이날은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신용현 의원의 생일이었다. 버스 안에서 깜짝 이벤트가 진행됐다. 생일 축하 노래를 함께 불렀다. 훈훈한 분위기가 오래 가진 못했다. 버스 앞 쪽에 설치된 텔레비전 화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회동 성사에 대한 정치권 반응이 자막으로 나오는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만 나온 것이 박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신 대변인! 바로 저런 게 문제라고요. 왜 두 당만 나오고 우리 당은 한 줄도 안 나오냐고요!” 제3당 대표 박 의원은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신 수석대변인은 언론사에 분주히 연락을 돌렸다.

화개장터 앞에 도착하니 유세 차량이 마련돼 있었다. 당원 300여명도 모였다. 마이크를 잡은 박 대표는 “지역주의는 정치권에서부터 솔선수범하여 고쳐야 할 만고의 암덩어리입니다 여러분!”이라고 외쳤다. 박 대표는 “바른미래당이 지역주의를 극복해서 동서 화합을 이루려는 이 길에 더 큰 성원을 해주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6·13 지방선거가 호남과 영남이 화합과 단결을 이룩해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꾸고 지역주의에 기생하는 구태 악습의 정치를 일소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외쳤다. 유승민 대표는 “여기 오는 길에 광양, 구례를 보면서 저 아름다운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호남과 영남이 이렇게 오늘 만났는데 호남과 영남이 무슨 평소에 감정이 있었습니까? 정치인들이 잘못한 것 맞죠? 그거 고칠 사람은 누굽니까? 바른미래당이 고칠 수 있죠?”라고 말했다.

유승민·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등 지도부가 화개장터에서 영호남 화합을 위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1).
유승민·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등 지도부가 화개장터에서 영호남 화합을 위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1).
유승민·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등 지도부가 화개장터에서 영호남 화합을 위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2).
유승민·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등 지도부가 화개장터에서 영호남 화합을 위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2).
지난 4·13 총선에서 옛 새누리당 출신으로 전북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정운천 의원이 뒤이어 유세차에 올랐다. “전주에서 두 번 떨어지고 세 번째에 32년만에 지역 장벽을 깨고 동서 화합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정치혁명으로 당선됐다”는 정 의원은 “‘꼬끼오’를 한번 해야 바른미래당이 새벽을 열고 미래로 가는데 한 번 할까요?”라고 당원들에게 물었다. “꼬기오!” 정 의원이 외치는 닭소리가 지리산 자락에 울려퍼졌다. 이번엔 퍼포먼스 시간이었다. 유승민 대표는 ‘대구’, 박주선 대표는 ‘광주’, 하태경 의원은 ‘부산’, 주승용 의원은 ‘전남’, 정운천 의원은 ‘전북’, 권오을 바른미래당 경북도당위원장은 ‘경북’이 써 있는 종이를 가슴에 붙이고 유세차에 함께 올랐다. 대구-광주, 부산-전남, 전북-경북이 서로 마주봤다. 둘씩 껴안았다. 행사 중간 중간 가수 조영남의 ‘화개장터’가 계속 흘러나왔다.

이들은 상인 간담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승민 대표는 평창 겨울 패럴림픽 개막식 참석 일정으로 먼저 자리를 떴다. 유 대표가 행사장을 떠나자 바른정당 출신 이학재, 하태경, 지상욱, 유의동 의원도 화개장터를 떠났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으론 전주의 정운천 의원 한 명만 남았다. 상인 간담회와 시장 방문 등 남은 일정은 박주선, 주승용, 김중로, 신용현, 김수민, 최도자 의원 등 국민의당 출신들 위주로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호남 의원과 비례대표들만 남게 됐다. 이날 정치권은 북한 이슈로 뒤덮인 뒤였다. 상인 등과의 간담회에서 박 대표는 “남북이 하나 된다고 하면 이렇게 난리를 치고 돈도 힘도 들지만, 동서 화합은 돈 없이 마음만 먹으면 이룰 수 있는 것이다”라며 “우리에게 격려 박수를 좀 보내달라”고 말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 했다. 마이크를 넘겨 받은 화개면장은 “화합, 통합의 도시라는 말만 있을 뿐”이라며 “바른미래당에서 선물을 하나 주시라. 영호남 다목적 교류센터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연을 띄우는 찰나.
연을 띄우는 찰나.
섬진강변 하늘에 띄워진 연.
섬진강변 하늘에 띄워진 연.
‘피날레’는 연날리기였다. 박 대표 등은 대형 연에 ‘지역주의 극복’, ‘동서 화합’, ‘6·13 지방선거 승리’를 써서 띄웠다. 연의 최종 행방은 확인하지 못했다.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6%였다. 민주당 49%, 무당층 27%, 자유한국당 12%에 이어 네번째였다. 갤럽이 지난 6~8일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9일 공개한 결과다.(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3.1%포인트)

부산·하동/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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